박근혜 대통령이 5일 일정의 여름 휴가를 지낼 계획이라는 소식이 발표되자 여야 공방이 이어졌다. 28일 새정치민주연합 유기홍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대통령의 휴가가 적절한지 대단히 의문스럽다”고 비판했다. 정의당 박원석 대변인도 "대통령이 있어야 할 곳은 힘들고 아파하는 국민의 곁"이라고 논평했다. 야당의 공세에 대해 새누리당 민현주 대변인은 "국민 마음이 조금이라도 편해지는 데 도움이 될까 하는 마음과 함께 휴가를 활성화하자는 뜻에서 관저에서 휴가를 보낸다"고 박 대통령의 휴가 일정을 옹호했다.

박 대통령의 여름 휴가를 적극 지지한다. 세월호 특별법 문제가 표류하고 있는 시점에서 박 대통령의 여름 휴가가 적절치 못하다는 반론도 일리가 있다. 그럼에도 휴가 결정을 지지하는 이유는 대통령의 휴가가 박 대통령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자신을 위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자기 시간을 내서 쉬기 위해선 큰 결단과 용기가 필요하다. 학생이 쉬려고 하면 ‘네 성적에 놀 생각이 나니?’라고 대놓고 면박을 받는 경우가 태반이다. 직장인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아서 연차가 쌓이기 전까지 원하는 날에 마음 놓고 휴가를 쓰기 쉽지 않다. 취업준비생이 여름휴가라도 갈라치면 ‘매일 노는 것도 모자라서 또 놀러 다니느냐’는 구박을 감내해야 한다.

휴식시간을 일과시간의 성과물로 여겨선 곤란하다. 박 대통령이 무슨 일을 했느냐며 휴가가 온당하지 않다는 지적도 문제가 있다. 쉬는 시간은 결과에 상관없이 당연히 주어져야 한다. 공부를 잘 못 해도, 일을 잘 못 해도, 취업준비 기간이 길어져도, 쉴 땐 쉬어야 다시 도전할 힘이 난다.

더군다나 윗사람이 쉬지 않으면 아랫사람도 눈치 보며 쉬지 못하는 한국의 문화도 고려해야 마땅하다. 윗사람이 휴가를 떠나도 아랫사람이 남아 일을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 윗사람이 휴가마저 반납하고 출근해서 자신의 책상을 지킨다면 아랫사람은 몇 배로 피곤해진다. 청와대 조직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박 대통령의 휴가 결정을 한 개인의 외유로 바라봐선 곤란하다. 윗사람이 휴가를 떠나야 조직 내부의 다른 사람도 마음 놓고 쉴 수 있다.

박 대통령의 휴가 결정으로 부모님의 잔소리, 직장 상사의 압박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질 것 같진 않다. 그래도 이번 사건을 통해 일할 때 일하고 쉴 때 쉬는 문화, 휴가를 갈 때 남 눈치 안 보는 문화가 조금이라도 정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통령의 여름휴가를 두고 청와대가 지금까지 일을 잘했냐 못했냐를 따지기보다 여름엔 여름 휴가를 보내주고 잘못한 문제는 별개로 지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