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는 이번 <정글의 법칙> 사안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립니다. 이에 SBS는 철저한 내부 조사를 실시한 후 결과에 따라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또한 출연자 이열음 씨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대한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하겠습니다.”


멸종위기종 대왕조개 무단 취식 논란이 발생(29일)하고 열흘이 지난 7월 8일 SBS 측은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논란의 심각성과 비판의 세기와 달리 SBS 측의 대처는 안일했고, 공식입장의 내용도 부실했다. 세 문장으로 구성된 짧은 사과문이었다. 길이보다 실망스러웠던 건 역시 성의 없는 내용이었다.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것일까. 일말의 기대를 품고 성실한 답변을 기대했던 시청자들은 미련 없이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사과문에 문장을 뜯어보자. 우선 ‘이번 <정글의 법칙> 사안’에서 뭉뚱그린 티가 역력하다. 어떤 의도였는지 정확하게 파악할 순 없지만, 시청자로서는 사태의 본질을 명확히 설명하지 않고 대충 얼버무리려는 것처럼 보인다. 도대체 무엇을, 어떤 잘못에 대해 사과한다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구체성이 결여된 두루뭉술한 사과, 그것이 SBS가 열흘의 고민 끝에 내놓은 결과였다. SBS는 사과문에서 ‘철저한 내부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또한 구체적이진 않은 건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출연자 이열음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겠다는 문장이었다. 대왕조개를 발견하고 채취했던 (것으로 방송에 나온) 이열음은 태국 당국에 의해 국립공원법과 야생동물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형사 고발된 상태이다. 최대 2만 바트(약 76만 원)의 벌금이나 5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두 처벌 모두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열음에게 대왕조개 채취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게 합당할까? 그는 <정글의 법칙>의 출연자였고, 그의 행동은 오로지 방송을 위한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촬영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은 제작진의 관리 하에서 이뤄진다. 더군다나 <정글의 법칙>같이 해외 탐험 프로그램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먹어도 되는 음식인지 채취(혹은 사냥)해도 되는 대상인지 여부를 일일이 ‘검사’ 맡게 된다. 따라서 모든 책임은 제작진에게 있다. 


무엇보다 <정글의 법칙> 제작진이 대왕조개 취식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게 확인된 만큼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설령, 이열음에 독단적으로 대왕조개를 채취했고, 이를 출연자들과 함께 마음대로 먹어버렸다고 해도 여전히 책임은 제작진에게 물어야 한다. 그런데도 한동안 이열음은 무방비로 논란의 중심에 서야 했다. 


보다 적극적인 대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다. 무려 ‘열흘’이란 시간이 있었다. 분명 잘못한 일이지만, 빠른 대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시청자와의 오해를 풀 수도 있었다. 단순히 커뮤니케이션의 문제였을까. 무엇이 SBS와 <정글의 법칙> 제작진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던 것일까? 





혹시 항간에서 제기되고 있는 ‘조작 의혹’이 그들의 운신을 제한했던 건 아닐까? 지난 7일 자신을 국내 다이버리고 밝힌 누리꾼은 “이열음이 프리다이빙으로 대왕조개를 들고나오는 건 말이 안 된다. 프리다이버 뿐만 아니라 스쿠버다이버조차 대왕조개 입에 발이 끼여서 빠져 나오지 못해 사망하는 사고가 종종 발생한다. 그렇게 지반에 단단하게 고정돼있는 걸 출연진이 잠수해서 간단하게 들고나온다?”라며 연출 의혹을 제기했다. 


제작진이 미리 만반의 준비를 해놓고 추후에 이열음이 들고나오도록 연출했을 거라는 얘기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번 논란은 또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게 된다. 대왕조개 불법 채취를 넘어 <정글의 법칙>이란 프로그램의 진정성과 신뢰성에 큰 타격을 입게 되는 것이다. 이미 <정글의 법칙>은 비슷한 ‘전과’가 있기 때문에 이런 의혹에 훨씬 더 적극적으로 대처할 의무가 있다. 


SBS는 철저한 내부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시청자들은 명확한 대답을 원하고 있다. 대왕조개 취식이 단순 실수인지 불법이라는 걸 알고도 묵과한 것인지와 함께 ‘연출 의혹’까지 SBS가 답해야 할 질문이 제법 많다. 



직썰 필진 버락킴너의길을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