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은 사람들에게 그들이 그저 듣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으로서 알아야만 할 필요가 있는 것을 마땅히 이야기해야 한다.”

(“The role of journalism is not to tell Americans what they want to hear but what they need to know as citizens.”)


- 월터 크롱카이트(Walter Cronkite)


매년 미국 대통령이 연두교서를 발표할 때나 국회에서 연설할 때 뉴욕타임스나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항상 ‘ON’ 돼 있어야 한다. 이 이벤트들은 미국 행정부의 국정 방향을 파악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자료인데, 미국의 메이저 언론들은 이를 실시간으로 팩트를 체크하며 리포팅하기 때문이다. CNN의 실시간 뉴스는 트위터 타임라인이 업데이트되는 식으로 팩트체크 내용이 업로드되곤 한다. 그렇다면 미국의 언론들은 왜 이렇게 집요하게 덤벼들까?


이는 서두에 언급한 CBS의 전설적인 앵커 월터 크롱카이트의 말처럼, 국정 방향을 가늠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대통령의 이야기가 과연 사실에 기반해 올바르게 전달되고 있는지를 시민들이 반드시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은 표를 의식하기 때문에 항상 메시지에 정치적 수사를 섞어 시민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로 가공해 전달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이를 파헤쳐 시민들이 들어야 하는 사실로 재가공하는 것이 언론의 책임이자 의무다.



ⓒKBS 화면 캡처



그런데 과연 5월 9일 송현정 KBS 기자가 진행했던 대통령 취임 2주년 담화는 과연 그러했는가? 안타깝지만 그렇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나를 비롯한 뭇 시민들의 비판이 지나치게 과했나 싶어 인터뷰 영상을 여러 번 돌려봤지만 결론은 바뀌지 않았다. 사람들, 특히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이 그저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유도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랬기 때문에 감동근 교수가 지적한 것처럼 송현정 기자가 자신의 입장과 제1 야당의 입장 사이에서 심리적 거리를 두는 데 실패한 것이다. 마치 송현정 기자가 야당 지지자처럼 보일 정도로 말이다.


이제 취임 2주년을 맞은 문재인 정부는 아직 우리 사회 앞에 놓인 많은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입장에 처해 있다. 이 과제들은 그 과제가 대북정책이든 경제정책이든 시민들의 삶과 직결되며, 때문에 이러한 과제들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통령중심제 국가에서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반이기 때문에 국정 운영을 책임지는 위치에 있다. 때문에 이 인터뷰에서 시민들이 알아야 하는 것은 현재 수치로 드러난 문제점에 있어 대통령이 이를 어떻게 해결한 것인지가 될 것이다.



ⓒ청와대/연합뉴스



그러나 대부분 언론이 현재 우리 경제가 난관에 부닥쳐 있다고 아우성치는 것과는 달리 어제 인터뷰에선 ‘정책의 실패라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가 질문의 주를 이룬 부분이 실망스러웠다. 송현정 기자의 질문이 나오면 문 대통령이 여기에 대해 각종 통계 수치를 언급하는 방식으로 답변을 했는데, 그 정도의 1차적인 통계는 인터뷰이가 답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인터뷰어가 준비돼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통계에서 도출된 문제를 명확하게 짚을 수 있고 인터뷰이의 대책이 더 구체적으로 발화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번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은 송현정 기자의 질문에 대해 차후 간의 문제점 해결보다는 현재 상황에 대해 방어적인 포지션을 취하는 데에 시간을 할애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것이 앞으로 3년 더 정책을 수행해야 하는 행정부의 수반에게서 시민들이 정말 ‘들어야만 하는’ 이야기였을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퇴임 시에 담화하는 것도 아니고 아직 대통령의 임기가 60% 남은 시점에서 우리가 듣고 싶은 것은 대통령의 설명일지 몰라도 들어야 하는 것은 그런 성질의 것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게다가, ‘독재자’를 언급한 부분이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을 언급한 부분은 이런 측면에서 완전히 실패한 질문이다. 자유한국당 지지층에 대한 팬서비스성 질문이었다고 굳이 이야기한다면야 사실 할 말은 없다. 그러나 제1 야당이 민주 국가의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부당하게 힐난하는 것에 대해 굳이 행정부의 수반이 왜 변명을 해야 하며, 재판도 끝나지 않은 피고인에 대한 사면을 왜 논의해야 하는가.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재판이 모두 끝나야 범죄자가 되든 다시 시민이 되든 하는 것이다. 이미 범죄자라는 것인가. (물론, 그럴 가능성이 크지만.)


그 결과, 오늘 포털 검색어 순위 상위권은 문 대통령의 정책 이니셔티브가 아닌 ‘송현정 기자’가 차지했다. 인터뷰를 86분이나 해놓고 인터뷰이는 바로 다음 날부터 사라져 버리고, 인터뷰어가 모든 사람의 주목을 받는 현상이 정상일까? 그렇지 않다. 인터뷰가 실패했기 때문에 인터뷰어만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더욱더 놀라웠던 것은 KBS 내부에서 우호적인 분위기가 있었다는 것이다. 대통령 지지자들이 비이성적으로 기분이 상했을 뿐 우리는 잘했다는 분위기는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양질의 인터뷰는 모두가 알고 있거나 그저 ‘히어링’(hearing) 하고픈 사실이 아닌, ‘리스닝’(listening) 해야 하는 사실을 전달하는 데 그 의미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KBS의 이번 대통령 취임 2주년 인터뷰는 그렇게 자축할 만했는가? 이번에도 그저 ‘문빠’들이 열 받아 욕을 좀 하고 있을 뿐 잘못한 것이 없을까? 그렇지 않다. 이 인터뷰는 총체적인 실패작이었다. 왜 이렇게 됐을까? 그저 ‘히어링’ 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3년 차, 4년 차 대담에서는 더 나은 모습들이 보이길 바랄 뿐이다.



직썰 필진 힝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