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의 해산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동의자가 160만 명이 넘었습니다. 자유한국당이 정치·사법개혁 관련 법 패스트트랙 저지 과정에서 보여준 불법에 대한 민심이 반영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의 생각은 다른가 봅니다. 조경태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은 “140만 명이 넘었다는데 우리 국민이 5천 1백만입니다. 5천 1백만에 140만 명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2.8%입니다”라며 애써 국민청원의 의미를 축소했습니다.


김태흠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1일 MBC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국민청원이 150만이 되든 200만이 되든 그것은 여론이라 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불과 4개월 전 국민청원이 바로 민심이라던 주장과 상반된 모습입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27만 명이 넘는 국민들이 (미세먼지 문제를) 중국에 항의하라고 요청했습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KBS 수신료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습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5월 1일 MBC 뉴스데스크는 이런 자유한국당의 태도를 ‘필요할 땐 인용하더니…국민청원이 마녀사냥?’이라는 기사로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자유한국당 주장만 반영하는 언론 기사 



▲ 자사의 국민청원 분석 기사를 공유한 중앙일보 페이스북 계정 ⓒ페이스북 화면 캡처



MBC 뉴스데스크처럼 자유한국당의 이중잣대를 비판한 언론도 있지만, 자유한국당 해산 청원이 160만 명의 동의를 넘은 이유를 제대로 분석하지 못하거나 의도적으로 왜곡하는 언론도 있습니다.


중앙일보는 4월 30일 ‘민주당과 지지율 차 6%P인데…’한국당 해산’ 청원은 왜 8배일까‘라는 기사에서 자유한국당 해산 청원의 분석을 시도했습니다. 그러나 본문에서는 자유한국당의 주장만을 적극적으로 반영했습니다.


중앙일보는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의 해산 청원이 크게 차이 난 것에 대한 첫 번째 이유로 ‘보수층의 文 청와대 기피’를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당 지지자라면 ‘문 대통령에게 무엇인가를 요구한다’는 것 자체가 내키지 않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임동욱 한국교통대 교수의 말을 실었습니다.


임 교수의 말 다음에는 ‘한국당의 한 관계자’의 주장도 인용했습니다. 여기에 두 번째로 ‘소수의 여론조작 의혹’이라며 자유한국당이 주장하는 베트남 트래픽 유입설을 다뤘습니다.


중앙일보는 짧게 ‘진보의 결집’을 언급했을 뿐 오로지 자유한국당의 관점에서만 국민청원을 다뤘습니다. 국민청원에 참여한 사람들이 누구인지 왜 참여했는지에 대한 분석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문제는 문재인 대통령’이라는 언론 



▲ 5월 1일 동아일보 1면 이번 사태의 원인을 청와대의 정치 무능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동아일보 PDF



동아일보는 5월 1일 ‘정치무능 靑 안 바뀌면 ‘진흙탕 트랙’ 계속된다’는 기사를 1면에 배치했습니다. 이 기사만 본다면 이번 사태의 원인이 마치 문재인 대통령 때문이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삼권분립이 존재하는 나라에서 국회 일을 문재인 대통령보고 책임지라고 하는 것은 억지입니다. 만약 문재인 대통령이 개입하면 오히려 삼권분립을 위반했다는 비판을 쏟아냈을 겁니다.


자유한국당이 국회선진화법을 어긴 것을 ‘청와대의 정치 무능’ 때문이라는 논리는 철저하게 가해자를 옹호하는 태도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특히 동아일보는 ‘패스트트랙 특성상 이런 대치 상황이 최장 330일 동안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라고 주장했습니다. 합의와 토론 등을 통해 330일 동안 대화를 하라는 법의 취지가 무색하게 하는 대목입니다.




언제나 그렇듯 결론은 종북인가?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해산 국민청원에 대한 음모론 발언 ⓒSBS 뉴스 화면 캡처



“4월 18일 북한의 ‘우리민족끼리’에서 ‘자유한국당 해체만이 정답이다’라고 말한 이후 나흘 만에 4월 22일 청와대 게시판에 (자유한국당 해산 청원이 올라왔습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번 자유한국당 해산 청원이 북한과 연관 있다는 음모론을 내세웠습니다. 또다시 ‘종북 타령’을 들고나온 것입니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북한 음모론을 내세운다고 믿을 국민은 별로 없지만, 언론이 나 원내대표의 발언을 검증 없이 보도하게 되면 이는 가짜뉴스의 소스가 돼 잘못된 정보를 확산시킬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자유한국당 해산 국민청원이 200만 명, 300만 명이 넘어도 자유한국당은 두렵지 않다고 말합니다. 대체 그들의 확신은 어디서 비롯된 걸까요? 일부 보수 언론이 그들을 지켜주고 ‘빨갱이’라는 단어가 최후의 보루가 되기 때문일까요?



직썰 필진 아이엠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