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도 作 단원풍속도첩 中 <서당>



“하늘 천, 땅 지, 검을 현∙∙∙”


김홍도의 단원풍속도첩 중 ‘서당’을 보면 훈장님께 혼난 어린 학생이 중앙에서 훌쩍이고 있다. 예부터 내 자식을 가르치기만 한다면 훈장님께 매를 쥐여 주곤 했던 나라의 모습이다. 


21세기 대한민국, 더 이상 ‘사랑의 매’가 통용되지 않는 시대라지만 여전히 교사와 강사에게 주어진 권력은 적지 않다. 어떤 교육 강사는 말로 때린다. 자극적일수록 좋아, 일명 ‘팩트’라는 겉 포장지에 쓰인 폭력을 구사한다. 존댓말을 써주는 게 놀라울 정도로 친근하고 유머러스한 반말도 당연지사다. 


학생들은 강사가 하는 불편한 농담에도 웃고 넘어갈 수밖에 없는 분위기에 압도당한다. 웃어야 하는 압박도 있지만, 침묵 속에서 굳은 표정으로 정신교육을 당해야 하는 압박도 있다. 그들의 언어가 가진 힘이 그들의 사상을 정당화한다.




‘스타강사’니까 불편해도 들어야죠


가르치는 사람의 언어에는 그 자체로 권력이 있다. 수직적인 상하 관계를 바탕으로 주입되는 가르침이 옳다고 믿는 사회에선 더욱더 그렇다. 학생이 청소년이건 성인이건 상관없다. 


지난 7월 공무원 영어 강사 심우철 씨가 수업 진행 중 말한 발언이 논란이 됐다. “열심히 살았으면 어디 대기업에 취직했겠죠. 열심히 살았으면 여기 없을 가능성이 높아요.” 심 씨는 이후 사과문에서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훈계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가 당당히 적은 사과문 속 “훈계”라는 단어는 학생들을 훈계하는 과정이라면 인격 모독적인 발언도 용인될 수 있다는 교육계의 암묵적인 동의처럼 읽힌다.



ⓒ온라인 카페 <심우철 영어 연구소>



심 씨는 학원가에서 영어 과목 수강생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1타 강사로 꼽혀왔다. 그는 메가스터디와 이투스 등 수능 스타강사로 활동했을 뿐만 아니라 2013년부터 공무원 시험 영어 과목 강의도 하고 있다. 1타 강사라는 타이틀, 즉 그가 현직에서 가진 권력은 수강생들로 하여금 그의 발언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충분했다. 


심 씨의 발언은 수강생들 사이에서도 논쟁으로 이어졌다. 심 씨를 옹호하는 수강생들은 “불편하면 듣지 마”라며 심 씨의 훈계를 무기 삼았다. 강의력만 좋으면 괜찮다는 식의 발언, 불편함을 느낀 학생들은 “자세가 안 돼” 있는 거라는 2차 가해식 발언이 이어졌다.




폭력적 발언도 서슴지 않아


미성년 학생들이 많이 이용하는 교육 방송 EBS에서도 혐오를 동반한 폭력적 발언이 심심찮게 발견된다. 


지난 9월 EBS 수능 사회탐구 강사 A 씨는 강의 도중 “11세기 동아시아사 시대순서는 ‘서강 전연이(저년이) 귀하당’만 기억하면 된다”라고 말해 논란에 휩싸였다. 해당 문장은 ‘서희의 강동6주’, ‘전연의 맹’, ‘리왕조 건국’, ‘귀주대첩’, ‘서하 건국’, ‘왕안석의 신법과 당쟁’의 앞글자를 딴 것으로, 작품 이름을 쉽게 외울 수 있는 암기법이라 소개됐다. 


A 강사는 또한 화면에 서강대 전경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뒷모습 사진을 띄운 채 “서강대 출신인 귀하신 분이죠”라면서 웃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면서 A 씨는 “학생들이 어떻게 하면 재밌고 쉽게 외우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라고 해명했다.



ⓒEBSi 수능특강 강의 中 문제 된 영상 캡처



방문교사로 일하는 수학교사 S 씨는 “친한 애들이 모르는 거 물어볼 때 ‘칼 가지고 와. 배때지를 쑤셔버리게’라고 말하면 웃으며 좋아한다”라고 말한다. 마초스타일의 선생님이 필요할 때도 있다는 것이다. 


최근 EBSi의 수학 강사 J 씨는 본인의 강의에서 여성의 죽음을 희화화해 논란이 됐다. 


“우진이가 미영이 집에 침입해서 강도 짓을 할 확률. 윤석이가 오늘 미영이네 집에 가서 미영이를 죽이고 돈을 갈취하는 강도 짓을 할 확률. 영준이가 오늘 미영이네 집에 가서 그런 나쁜 짓을 할 확률.” 


강사는 “이러한 살인 사건 말고는 조건부 확률을 설명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이걸로 수강 후기를 쓰지 마라”라고 말했다. 칠판 오른쪽 상단부에는 손수 입힌 빨간 “19금” CG와 함께 “어린이나 노약자, 임산부 시청 주의!”라 적혀있다.




팩트폭력이 낳은 괴물


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는 ㄱ 씨는 “고민 상담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데 10대 후반 친구들이 ‘따끔한 한마디 좀 해주세요’, ’저 정신 차리게 욕 좀 해주세요’라는 사연을 많이 보낸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말을 들어도 된다는 식의 생각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교사들의 ‘팩트폭력’은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도태되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해야 한다는 내면화된 자아비판으로 진화한다.


학창시절 우리를 위했다던 말들이 되려 상처로 기억되진 않는지 기형적인 교육계를 만든 것에 일조하진 않았는지. 말로 물의를 일으킨 교사들의 해명은 모두 한결같다. “학생들을 위한 선택이었다.” 그 말 한마디에 쉽게 용서돼 왔다. 


그러나 팩트가 아닌 폭력에 불과한 언어는 아무것도 도와줄 수 없다. 자극적인 MSG는 지금 당장은 먹힐지언정 그 부작용은 더 큰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다.



직썰 필진 고함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