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제주에 무사증(무비자)으로 입국한 예멘인 561명 중 549명이 난민 신청을 했습니다. 급증한 난민 신청에 대해 찬반양론이 맞서고 있습니다.


인도적인 차원에서 그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가 하면 난민 증가에 따른 사회적 문제를 대비하기 위해 이를 막아야 한다는 국민청원도 있습니다.


제주도 예멘인 난민신청자 사태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일부 주장들은 잘못된 정보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주 난민 사태를 제대로 보기 위한 기초 상식을 모아봤습니다.




난민 관련 용어부터 제대로 알자





난민 이야기를 하기 전에 무엇보다 난민에 대한 기초 정보를 알아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난민 체류 자격, 사회적 처우, 한국 정부가 제공하는 혜택 등을 살펴보겠습니다.



1) 난민인정자


난민인정자는 난민협약에 따라 난민의 지위를 인정받은 경우를 말합니다. 난민인정자는 거주 비자(F-2-2)를 받을 수 있으며 자유로운 취업이 보장되고 국민건강보험 가입도 가능합니다. 기초생활보장수급자 등 사회보장제도의 혜택도 누릴 수 있습니다.



2) 인도적체류허가자


인도적체류허가자는 난민의 지위는 인정받지 못하지만, 인도적 차원에서 보호가 필요하다고 인정돼 체류가 허가된 경우를 의미합니다. G-1 비자를 통한 체류 및 취업허가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외의 사회적 권리는 대부분 제한됩니다.



3) 난민신청자


난민신청자는 국내에 입국한 후 출입국사무소에 난민지위인정 신청을 접수한 사람들을 의미합니다. 합법적인 체류자격이 가진 상태에서는 G-1 비자를 받을 수 있으나 불법 체류 상태에서는 벌금을 내야만 체류 자격이 변경됩니다. 위급한 상황에 따른 제한적 의료 지원이 제공되며 6개월 이내 생계비 등이 지원됩니다. 그러나 이외 사회적 혜택은 극도로 제한됩니다.



4) 소송수행자


소송수행자는 난민을 신청했으나 난민심사(1차 결정)와 이의신청 심사 결과(2차 결정)에 불복해 서울행정법원에 난민지위불허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한 자를 말합니다. 이들은 취업자격이 상실됐기 때문에 제한적 의료 지원을 제외하면 모든 사회보장제도와 지원으로부터 제외됩니다.



5) 난민불인정자


난민불인정자는 난민신청과 행정소송에서 모두 패소한 사람들을 가리킵니다. 이들은 더는 한국에서 체류할 수 없기에 본국 또는 제3국으로의 출국 대상이 됩니다. 자발적으로 출국하거나 단속 등을 통해 강제로 출국을 시키고 있습니다.




3만 명이 신청했으나 792명만 인정





난민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체류 국가에서 난민의 처지를 인정받는 것입니다. 앞서 살펴본 이외 다른 체류 자격 등은 임시적이거나 제약 등이 많아 엄격하게 통제되기 때문입니다.


일부 사람들은 우리나라가 제주도에 머무는 예멘인을 무제한적으로 난민으로 인정할 것이라고 걱정합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한국은 난민 인정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국가 중 하나입니다.


1994년부터 2017년까지 한국에서 접수된 누적 난민 신청은 32,733건이었습니다. 이 중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사람은 792명뿐이었습니다. 난민인정률이 2.4%에 불과했습니다.


법무부는 2018년 5월 말 기준으로 난민신청자 40,470명 중 난민인정자가 839명이며 난민인정률은 4.1%라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이 수치는 인도적체류허가자를 포함한 비율이었습니다.




난민이 걱정인 사람들이 꼭 알아야 할 상식


1. 제주도는 예멘 난민신청자를 모두 난민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난민신청을 했다고 모두 난민으로 인정받지 않습니다. 일부에서는 우리 정부가 예멘인들의 난민신청을 모두 받을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지만, 사실이 아닙니다.



▲ 2015년 터키 남부 보드룸 휴양지 인근의 해변에서 세 살배기 시리아 난민 아이 아일란 쿠드리가 숨친 채 발견됐다. ⓒAP통신



2015년 터키 해안에 밀려온 3세 아이 아일란 쿠르디의 주검 사진에 전 세계가 분노하고 난민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2011년부터 시작된 시리아 내전으로 4백만 명이 넘는 난민이 있었지만, 이를 외면하던 중에 쿠르디의 죽음으로 관심이 급증한 것입니다.


한국에도 2015년 10월 기준으로 848명의 시리아 난민신청자가 있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국내 언론과 소셜미디어상에서 추모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시리안 난민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여론이 압도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한국에서 시리아 난민으로 인정받은 사람은 단 3명뿐이었습니다.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하면 가족을 초청하거나 가족들이 한국에 입국하기 위한 비자 발급에 제약이 있습니다. 난민신청자가 급증하면 엄청나게 많은 난민이 몰려올 수 있다는 주장은 한국에서만큼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2. 난민신청자에게 138만 원의 생계비를 준다?


난민신청자에 대한 혜택과 지원이 너무 과도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그중 난민 신청자에게 1인당 138만 원의 생계비를 준다는 말도 나옵니다. 하지만 오해입니다.





난민인정심사는 보통 1년 이상 소요됩니다. 길어지면 몇 년씩 소요되기도 합니다. 이에 심사 기간 난민신청자들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게 정부에서는 일정 금액의 생계비를 지원합니다. 단, 6개월이란 기간 제한이 있습니다. 난민신청 후 6개월이 지나면 생계비 지원도 불가능합니다.


2018년 기준으로 보호센터에 입주하면 1인당 216,450원을, 센터에 입주하지 않으면 432,900원을 지원합니다. 5인 가구일 경우 1,386,900원을 지원하는데 마치 정부가 1인당 138만 원을 지원하는 것으로 와전되고 있습니다.


2016년 난민신청자 7,542명 중 생계비 지원대상은 8.6%밖에 되지 않습니다. 총 650명이었습니다. 그나마도 난민신청자의 생계비를 이유 없이 중단해서 행정 소송까지 벌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3. 난민신청자가 급증하면 외국인 범죄도 늘어난다?


난민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가장 우려하는 일 중 하나는 범죄 때문입니다. 그런데 난민심사기간 중 난민신청자가 범죄를 일으키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난민신청자가 범죄를 저지르는 순간 난민인정 심사에서 불이익을 당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이점을 악용해 난민신청자들을 괴롭히는 경우도 있습니다.



▲ 2010년부터 2015년까지의 제주도 외국인범죄 통계



제주도내 외국인 범죄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습니다. 2011년 121명이었던 외국인 범죄자 수는 2012년 164명, 2013년 299명, 2014년 333명, 2015년 393명으로 급격하게 늘어났습니다.


2016년 8월까지의 외국인 범죄는 총 39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57건보다 54.4%나 증가했습니다. 이 중에서 중국인이 저지른 범죄가 279건으로 7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거주자일 뿐 난민이 아니죠.


게다가 외국인 범죄 수가 늘어난 것은 국내 외국인 거주가 늘어나면서 발생한 현상입니다. 외국인 수가 늘면 그만큼 범죄율도 증가할 수 있는 셈이죠. 현재 한국에는 200만 명이 넘는 외국인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이에 한국에 입국한 난민을 무조건 범죄자로 낙인찍는 일은 굉장히 위험합니다.


법무부는 6월 1일부터 제주도 무사증(무비자) 입국불허 국가에 예멘을 포함했습니다. 더는 예멘 난민이 받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일부에서는 한국이 난민을 굉장히 우호적으로 받아들인다고 생각하겠지만, 인권 차원에서 보면 오히려 한국의 난민 정책은 단호하면서도 보수적입니다.


한국은 유럽처럼 난민들이 무작정 배를 타고 올 수 없는 나라입니다. 무사증입국을 불허하면 아예 해외에서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의 탑승조차 거부됩니다. 설사 한국에 도착했다고 해도 난민인정을 받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습니다.


과도한 걱정에 상상력이 더해지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난민에 대한 거짓 정보로 혐오를 부추기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