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10일 경향신문은 MB 정권 당시 국군기무사령부의 사이버 여론 조작 및 네티즌 사찰, 나꼼수 청와대 보고 등을 보도했다. ⓒ경향신문 PDF



지난 10일 경향신문은 국군기무사령부 전 대북첩보계장 ㄱ씨의 공소장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공소장에는 MB 정권 당시 기무사가 어떤 방식으로 사이버 여론 조작을 펼쳤는지 담겨 있었습니다.


기무사의 ‘사이버 대응 활동’이란 제목의 문서는 2008년 하반기에 기획됐고 2009년 1월부터 시행됐습니다. 기무사는 주로 포털사이트 등에서 당시 야당과 문재인 상임고문 등을 비판하는 글을 작성하거나 트위터를 통해 리트윗했습니다.


“(민주당은) 한·미 FTA하고 똑같이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구나.”


- 2011년 8월 19일


“문죄인, ‘NLL 북한이 원하면 논의’ 알아서 북괴에 상납”


- 2012년 3월 14일


2011년 5월부터 2013년 6월 25일까지 기무사가 작성했거나 리트윗 한 글은 1만 8,474건에 달했습니다.


MB 청와대는 기무사에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를 녹취, 요약해 보고하라는 지시도 내렸습니다. 당시 나꼼수는 MB와 측근 비리를 끈질기게 추적해 방송해왔습니다. 기무사 대북첩보계장 ㄱ씨는 2011년 11월부터 이듬해 9월 초까지 24회에 걸쳐 방송 내용을 정리해 청와대에 보고했습니다.




청와대 비서관, 기무사와 ‘대응 이슈’ 선정



▲ MB 청와대는 여론 조작팀을 직접 운영했다. 당시 김철균 청와대 뉴미디어 홍보비서관은 2012년부터 박근혜 대선 캠프 SNS 본부장을 역임했다. ⓒKBS 뉴스 화면 캡처



김철균 청와대 뉴미디어 홍보비서관은 기무사와 함께 긴밀하게 연락을 주고받으며 사이버 여론 조작에 가담했습니다. 대표적인 활동으로 대응해야 할 이슈 선정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MB에 긍정적인 기사는 포털사이트, 소셜미디어 등에 퍼 나르는 한편 부정적인 기사는 작성자에게 글 삭제 요구 등을 하는 식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이명박, 오바마 대통령이 절친인 이유’(2011년 11월 8일 월스트리트저널 한국판)라는 제목의 기사가 보도되자 청와대의 지시를 받은 기무사 요원들은 기사 링크가 포함된 트윗을 작성하고 리트윗했습니다.


김 비서관이 사이버 여론 조작을 능숙하게 이끌어 갈 수 있었던 이유는 업계에서 몸소 익힌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포털사이트 다음(DAUM)을 운영하는 다음커뮤니케이션(합병 후 카카오)의 부사장 출신으로 MB 청와대에 입성했습니다.


그 경력을 바탕으로 2012년 대선에는 박근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대선 캠프 SNS 본부장을 맡기도 했습니다. 이후 쿠팡 부사장, 고문 등을 거쳐 현재는 인터넷전문가협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김씨가 청와대 근무 당시 기무사와 어떤 활동을 했는지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MB 비판한 사용자 정보 기무사에 넘긴 다음



▲ 카카오는 MB에 비판적인 사용자 정보를 기무사에 제공했다.



기무사는 MB 비판 글을 올린 사용자의 신상정보를 조사해 해당 인물들을 사찰하기도 했습니다. 2011년 2월 MB에게 보고된 월간보고에는 소위 ‘극렬’ 비판 사용자의 아이디 1,624개가 담겨 있었습니다.


기무사는 다음 등 포털사이트 업체로부터 아이디 사용자의 실명과 주민번호, 주소, 전화번호 등의 정보를 넘겨받아 대북첩보계로 이관해 사찰을 진행했습니다.


다음 측에 당시 기무사에 사용자 정보를 넘겼는지 문의했지만 확인해줄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또한 다음 측은 기무사 등 수사기관에서 개인 정보 등을 요청하면 적법한 절차에 따라 넘겨줄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포털업체의 개인정보 제공, 관련 법 개정의 필요성



▲ 육군사이버순찰대 소속 병사가 다음의 한 블로거에게 보낸 쪽지. 군 비판 글 등을 삭제해 달라는 요구가 담겨 있다. ⓒ 블로거 ‘파리꼬뮌’



2009년 다음에서 ‘파리꼬뮌’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 블로거는 군 관련 비판 글을 썼다가 ‘육군사이버순찰대’로부터 글 삭제 요구를 받았습니다.


당시 블로거 사이에서는 앞으로 기무사에 사이버 사령부까지 창설되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수 있다는 걱정까지 나돌았습니다. 실제로 MB 정권은 집권 내내 청와대와 기무사가 나서서 네티즌들의 글을 사찰하고 개인정보까지 뒤졌습니다.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통신비밀의 보호) 전기통신사업자는 법원, 검사 또는 수사관서의 장(군 수사기관의 장, 국세청장 및 지방국세청장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 정보수사기관의 장이 재판, 수사(「조세범 처벌법」 제10조제1항ㆍ제3항ㆍ제4항의 범죄 중 전화, 인터넷 등을 이용한 범칙사건의 조사를 포함한다), 형의 집행 또는 국가안전보장에 대한 위해를 방지하기 위한 정보수집을 위하여 다음 각 호의 자료의 열람이나 제출(이하 “통신자료제공”이라 한다)을 요청하면 그 요청에 따를 수 있다.


포털사이트를 운영하는 업체가 기무사에 개인정보를 넘겨줄 수 있는 근거는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구 전기통신사업법 제54조 제3항) 때문입니다. 그러나 법 조항을 보면 ‘요청하면 그에 따를 수 있다’라고 돼 있지 무조건 응해야 한다는 조항은 아닙니다.


하지만 포털 업체는 너무도 쉽게 개인정보를 넘겨줬습니다. 어찌 보면 국민을 사찰했던 MB 정권의 부역자로 활동한 셈입니다.


포털 업체가 네티즌의 정보를 기무사에 넘긴 행위는 단순히 통신자료를 제공한 것이 아닙니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국민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등 헌법을 위반한 중대 범죄에 속합니다.


앞으로 법 개정과 보완 등을 통해 포털 업체가 무조건 개인 정보를 수사 기관에 넘기는 악습을 제한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