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이 생각하는 '히스 레저가 연기한 최고 작품'은 무엇인가요?


'히스 레저가 없었더라면 그저 또 다른 값비싼 블록버스터일 뿐' (by 달시 파켓)


또 다른 값비싼 블록버스터가 될 뻔했다고 가혹한 평가를 받은 영화는 놀랍게도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 나이트>다. 최고의 연출력으로 매 작품 찬사를 받은 감독에게 이런 굴욕(?)을 안길 수 있는 배우, 역대 최고의 악당 캐릭터로 동시에 많은 배우의 우상이 된 배우, 그리고 최고의 전성기에 있을 때 곁을 떠난 배우. 그가 히스 레저다.





히스 레저의 자화상을 볼 기회


<아이 엠 히스 레저>는 히스 레저의 28년을 돌아보는 영화다. 그의 생을 시간 순서대로, 그리고 출연한 작품 순서대로 따라가며, 스크린 밖의 그가 어땠는지 살펴볼 기회를 준다. 가족, 친구, 동료 배우, 그리고 함께 작업한 감독의 시선을 통해 다시 우리 앞에 선 히스 레저. <아이 엠 히스 레저>는 <다크 나이트>의 조커로 박제된 이 청년의 진짜 얼굴, 그 진한 화장 속의 맨 얼굴을 마주할 수 있다는 가치가 있다.


<아이 엠 히스 레저>는 미디어에서 가공된 ‘히스 레저’가 아닌, 스크린 밖의 히스 레저의 모습을 그의 지인들이 채워간다.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부터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까지 그가 출연한 작품을 통해 그가 어떻게 연기를 시작했고, 어떤 자세로 연기에 임했으며, 어떤 역할을 찾았고, 궁극적으로 어떻게 더 좋은 연기를 하려 했는지를 보여준다.


히스 레저는 카메라로 자신의 일상을 자주 촬영했다고 한다. 특히 자신의 얼굴을 많이 담았는데, 화면 속의 자신이 어떻게 보이는지 확인하면서 자신의 연기를 연구하는 방법 중 하나였다고 한다. 이런 성실한 습관 덕에 관객은 ‘히스 레저의 자화성. avi’라는 소중한 영상 클립을 <아이 엠 히스 레저>에서 만날 수 있게 됐다. 더불어 그 영상들을 통해 진솔한 히스 레저를 만날 수 있는 순간은 그의 팬들에게 무척 값진 선물이 될 것이다.





조커와 ‘히스 레저’라는 예술


히스 레저는 늘 자신을 자극할 수 있는 새로운 역할을 찾았다. 그는 끊임없이 도전하는 도전자였고, 많은 위험 부담이 있는 역할에 자신을 내던졌다. <브로크 백 마운틴>의 ‘에니스 델마’는 미국의 상징적인 ‘카우보이’라는 이미지와 ‘게이’라는 이미지를 잇는 캐릭터였고, <다크 나이트>의 조커는 잭 니콜슨이라는 대배우가 이미 완성해둔 캐릭터였다. 이렇게 진입 장벽이 높은 두 역할을 연기하며 히스 레저는 놀랄만한 순간을 보였고, ‘히스 레저’라는 새로운 기준을 세웠다.


히스 레저는 연기를 삶 자체로 생각했고, 더 좋은 연기로 더 좋은 삶을 살려고 했다. 그는 연기를 단순한 직업, 그 이상의 것으로 믿었다. 가짜라는 것을 전제로 하는 영화 속에서 그는 진짜를 갈구했고, 캐릭터 그 자체가 되어야 했으며, 관객에게 진심을 전하려 한 예술가였다. 그리고 그 연기의 결정판이자 전설이 된 이미지가 <다크 나이트>의 조커다. (히스 레저 본인 스스로가 만족하고 완벽했다고 믿은 역할이 조커였다고 한다)


연기에 집착했던 예술가 스스로가 인정한 역할, 히스 레저의 가장 뜨거운 불꽃, 그리고 그의 인생이 집약된 단 하나의 순간이 조커에 있었다는 걸 <아이 엠 히스 레저>에서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영화 덕에 이미 놀라운 <다크 나이트>의 조커가 더 위대한 연기로 다가온다. 그의 조커는 하나의 아이콘이자 연기가 예술의 경지에 도달한 순간으로서 아주 오래 기억될 것이다.


또한, 그는 카메라 앞의 배우가 아닌 카메라 뒤의 연출가로서도 큰 관심이 있었다. <아이 엠 히스 레저>는 히스 레저가 직접 연출한 뮤직비디오를 통해 그가 연출하고자 했던 영상 세계와 그의 연출에 매혹된 이들의 모습을 담는다. 이는 카메라 뒤의 히스 레저를 조금 더 이해할 기회를 준다. 그리고 연기를 넘어 영상 매체를 무척 사랑했던 걸출한 아티스트의 영화를 볼 수 없었다는 사실이 그의 부재를 더 슬프게 한다.





히스 레저가 살아있는 이들에게


히스 레저의 전기 영화 같던 <아이 엠 히스 레저>는 그의 이미지를 복원하고 추억하는 걸 초월해 뜨거운 무언가를 관객에게 전한다. 많은 걸 이루고, 최전성기에 있던 히스 레저는 가장 뜨거운 ‘청춘’의 시간을 살고 있었다. 그런데 인생이 영원하다고 느낄 것만 같은 그 순간, 오히려 히스 레저는 자신의 삶이 끝나는 순간을 생각했다. 그래서 더 절실히 뭔가를 꿈꾸고 이루기 위해 애썼다. 그렇게 히스 레저는 항상 최고로 뜨겁게 살았고, 이렇게 청춘의 아이콘으로, 다시 우리 앞에 섰다.


히스 레저는 조커의 얼굴로만 기억되기엔 너무도 아쉬운 인물이다. 그래서 <아이 엠 히스 레저>는 그의 삶에서 어떤 빛을 찾아내려고 한듯하다. 삶의 가능성과 가치에 관해 죽은 자의 이미지를 빌려서, 히스 레저가 가장 사랑하던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서 말이다. 그리고 이 영화가 찾은 빛은 현재의 우리에게도 강렬한 메시지를 보낸다. 하나라도 더 포기하려는 우리 세대의 청년들에게 그 무엇도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히스 레저가 대화를 건넨다.


완전한 오늘을 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