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투기의 나라입니다.


부동산에 대한 인식이 보금자리로 많이 변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재산증식 수단으로 사용됩니다. 조금이라도 프리미엄을 기대할 수 있는 곳은 수많은 투기성 자금이 몰리고 월급쟁이들은 연차를 써가며 오피스텔에 투기하고 있습니다.


본인이 들인 돈에 비해 막대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부동산 투기. 이 수익은 주로 일반인에게서 거두지만 투기꾼들이 가장 선호하는 대상은 바로 국가입니다. 거품을 조장하는 도로와 같은 인프라, 국가시설 도입에 따른 보상, 이것이야말로 그들이 가장 원하는 것입니다. 가장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대상이죠.


부동산 상승이 기정사실화된 곳에 가면 참으로 낯선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1) 이상한 간격으로 고추만 심어져 있는 밭

2) 싸구려 자재와 조립식 패널로 만들어진 집

3) 다리도 쭉 뻗기 힘들어 보이는 일반 원룸 크기도 안 되는 18㎡의 집

4) 농작물의 흔적도 없는 텅텅 빈 창고


모두가 토지 보상을 노린 투기꾼의 짓입니다.



신한울 원전 3, 4호기가 예정돼 있던 지역의 유령주택. ⓒ한국일보



경북 울진과 영덕에 새 원전, 신한울원전이 건설된다는 소식에 투기꾼들은 곧장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조립식 패널로 집을 짓기 시작한 거죠. 일반 집보다 훨씬 빨리 지을 수 있으나, 그곳에 사는 이는 아무도 없습니다.


1) 신한울 3호기(경북 울진) - 2022년 12월 건설 예정

2) 신한울 4호기(경북 울진) - 2023년 12월 건설 예정

3) 천지원전(경북 영덕) – 2026년~2027년 2기 건설 예정



신한울 1, 2호기 공사 현장 ⓒ연합뉴스



투기꾼들의 작업으로 2010년 이전에는 40여 가구에 불과했던 경북 울진 원전 건설 예정지인 울진군 북면 일대와 영덕군 영덕읍 일대에는 현재 250채가 넘는 가구가 있습니다. 경북 영덕에 있는 유령주택까지 합치면 500채에 가깝습니다.


이들은 한국수력원자력이 건설사업 계획을 공고한 2014년 12월 이전 주택에만 한정해 보상한다는 점을 알고 이미 등기를 마친 상태입니다. 그런데도 공고가 난 후에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지은 투기성 주택이 80채에 이릅니다.


토지 보상을 누린 투기꾼들로 인해 이 지역의 부동산 가격은 급격하게 상승했습니다. 3.3㎡(1평)당 20~30만 원 수준이었던 토지 가격이 약 3배 증가했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자녀 명의나 친인척을 모두 동원에 투기에 가담했다는 이야기도 솔솔 나옵니다.


또한 이같은 투기성 목적 이주자중에 공직자와 한수원 직원도 상당수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2016년 6월 울진사회정책연구소는 신한울 3, 4호기가 예정된 울진군 복면 고목2리에 "정치인 가족과 한울원전직원이 여러 명이 투기에 참여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전 신한울 1, 2호기 건설 때에도 그곳에 살던 주민들은 토지와 주택 보상에다 생계지원 사업비로 가구당 2억5천만 원을 받았다고 소문이 났습니다. 이런 과거 사례를 본보기 삼아 더 많은 보상을 받을 것을 기대하고, 열심히 유령 주택을 세우던 투기꾼들. 집 지을 토지가 없자 과일나무라도 심고, 빚을 내면서까지 한몫 잡으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사실상 신규 원전 추진은 물 건너간 것으로 보입니다. 토지 보상으로 한몫 단단히 챙기려던 투기꾼들은 난리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요. 이번에야말로 국비 보상을 노리며 전국 곳곳을 누비며 투기를 일삼는 꾼들을 솎아낼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