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브렉시트, 유럽에서 잇따라 일어난 테러. 때문에 2016년은 아시아 정치에도 무척이나 중요한 해였다는 사실은 쉽게 간과되곤 합니다. 정치적 안정성이 낮아지고 권위주의 정치가 득세했다는 점에서는 아시아도 세계 다른 지역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특히, 동남아시아 정세가 그랬습니다. ‘부패’는 2017년에도 아시아 정치를 관통하는 키워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1. 중국: 시진핑 주석 장기집권으로?





물론, 중국에서 서구식 민주주의 선거가 치러지지는 않을 겁니다. 대신 공산당 내부의 당권 경쟁의 결과를 추인하는 형식으로 올가을 베이징에서 열릴 제19차 당대회에서 권력 구조 재편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당대회의 정확한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5년에 한 번씩 열리는 당대회는 지도부 교체와 권력 구조 개편이 일어나는 중요한 정치 행사입니다. 2012년 제18차 당대회에서 국가주석 직에 오른 시진핑 주석은 올가을 당대회에서 두 번째 5년 임기를 시작하게 됩니다.


관건은 2022년 이후입니다. 시진핑 주석이 관례대로 다음 세대에 권력을 이양할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판세를 가늠할 만한 결정적인 정황이 올가을에 드러날 예정입니다. 먼저 핵심 지도부라 할 수 있는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7명 대부분이 교체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가운데 상무위원이자 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인 시진핑 주석의 측근 왕치산 상무위원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올해 69세인 왕 서기는 관행대로라면 이번 당대회에서 이선으로 물러나야 합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2022년 이후에도 집권을 연장하려는 시진핑 주석이 측근 왕치산 서기를 유임시킬 수도 있다고 전망합니다. 반대로 올해 61세에 불과한 서열상 권력 2인자 리커창 총리는 오는 당대회에서 축출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리 총리가 경제개혁 노선에서 시진핑 주석과 이견을 보이며 마찰을 빚어온 바 있습니다.


시진핑 주석은 강력한 부패 척결을 내세우며 공산당 내 반대 세력을 제거했습니다. 전임 지도자들보다 훨씬 강력한 권력을 구축했으며 공산당 내에서도 이미 1인 지도체제를 구축한 분위기입니다.




2. 홍콩: 렁춘잉 행정장관이 물러난다지만…





홍콩 정치계 유행어는 ABC입니다. “Anything but CY”의 약자로, CY는 홍콩의 친중파 행정장관 렁춘잉을 말합니다. 다시 말해 ABC는 중국 공산당의 꼭두각시로 여겨지는 렁춘잉 장관에 대한 홍콩 시민의 반감을 나타내는 단어입니다. 렁춘잉은 행정장관 직선제 등을 비롯해 홍콩 민주주의를 가로막은 장본인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2014년 일어난 ‘우산 혁명’은 행정장관 직선제를 무력화하려는 중국 공산당에 항의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처음에는 직선제를 요구하다가 나중에는 홍콩 독립을 요구하는 운동으로 번지기도 했습니다. 2016년에도 중국 공산당의 개입은 홍콩 시민의 반발로 이어졌습니다. 11월 중국 정부는 공개적으로 홍콩 독립을 주장한 홍콩 의원 두 명을 파면했습니다. 홍콩 시민이 뽑은 국회의원을 중국 정부가 면직 처리한 겁니다.


렁춘잉 장관이 재선에 성공하면 홍콩의 정치적 갈등은 향후 5년간 격화될 것이란 우려가 컸습니다. 하지만 렁 장관은 지난달 돌연 재선에 나서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오는 3월 홍콩은 새로운 행정장관을 뽑습니다. 행정장관 후보가 되려면 1,200명으로 구성된 후보추천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후보추천위원회는 정치, 경제(기업), 전문직, 노동/사회복지/예술 등 총 네 분야의 구성원으로 구성됩니다. 하지만 실상은 중국 본토 기업과 친 베이징 세력의 입맛에 맞는 후보를 고르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고등법원 판사 출신 우쿽힝과 대표적인 친중 성향의 레지나 입 의원이 행정장관 출마 의사를 밝혔습니다. 레지나 입 의원은 홍콩 민주화 시민단체가 극도로 꺼리는 인물입니다. 최근 홍콩시 재정장관직에서 물러난 존 창과 캐리 람 정무사장 등도 이번 선거에 출마할 것으로 보입니다.


 


3. 한국: 끝이 보이지 않는 정치 스캔들





2016년은 특히나 한국 정치에 역사적인 사건이 잇따랐던 해로 기억될 겁니다. 군부 독재자 박정희의 딸 박근혜 대통령은 현재 자신이 연루된 부패 스캔들의 피의자로 조사받고 있습니다. 박 대통령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 최순실은 대통령과의 친분을 내세워 한국의 내로라하는 대기업으로부터 돈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서울을 비롯한 한국 주요 도시에선 몇 주에 걸쳐 수백만 명이 거리로 나와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습니다. 지난달에는 국회가 박 대통령을 압도적인 표차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법에 따라 현재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상태이며, 탄핵소추안은 이제 헌법재판소의 최종 결정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가 박 대통령의 탄핵을 인용할 경우 조기 대선이 치러집니다. 잠재적 후보로는 UN 사무총장 임기를 막 끝낸 반기문 전 총장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꼽힙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인 문재인 전 대표가 당선되면 이명박, 박근혜로 이어진 보수 정권이 진보 정권으로 교체가 이뤄집니다. 특히, 대북 정책이 크게 바뀔 것으로 전망됩니다. 야권은 이명박, 박근혜 정권 아래에서 특히 시민적 자유와 언론의 자유 등 민주주의의 근간이 훼손됐다고 비판해 왔습니다.


반기문 전 총장은 아직 공식적으로 출마 선언을 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현재 반 전 총장의 지지도는 문재인 전 대표에 뒤지고 있습니다.


 


4. 태국: 민간 정부의 운명은?





2014년 쿠데타 이후 태국은 사실상 군부 통치 아래 놓여 있습니다. 쿠데타 이후 군복을 벗고 총리직에 오른 쁘라윳 찬 오차 총리는 군부로 구성된 과도 정부 ‘평화와 질서 국민의회’를 해산하고 국민이 선출한 민간 정부에 권력을 이양하겠다고 약속해왔습니다. 그가 약속을 지킨다면 올해 선거를 치러야 합니다.


하지만 몇 가지 제약이 따릅니다. 지난 여름 태국에선 국민투표로 개헌이 통과됐습니다. 이에 따라 태국 군부는 여전히 막강한 권력을 손에 쥐고 있습니다. 게다가 태국 상원은 전원 임명직이고, 새로운 선거법에 따라 연정을 꾸리기 쉽지 않아 보입니다.


전 국민의 존경을 받던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이 서거하면서 군부가 국왕의 장례식과 새로운 국왕 마하 와치랄롱꼰의 대관식 일정 등을 빌미로 선거를 늦출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군부가 민간에 권력을 이양하려는 생각이 아예 없어 보인다고 비판하는 시민사회 세력도 있습니다.


태국 군부는 지난 2014년 쿠데타를 통해 잉럭 시나와트라 총리를 축출했습니다. 잉럭 시나와트라는 망명 중인 탁신 전 총리의 여동생으로 2011년 총선에서 승리해 총리직에 올랐지만, 친탁신 세력과 반탁신 세력의 충돌로 정치적 혼란이 끊이지 않아 군부 개입에 빌미를 제공했습니다. 빨간 옷을 입는 탁신 지지자들은 군부가 약속한 대로 올해 선거를 치르라 압박하고 있습니다.




5. 말레이시아: 부패는 이제 제발 그만





말레이시아의 총선 시기는 내년 중순으로 예정돼있습니다. 하지만 나집 라작 총리가 국부펀드 1MDB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부패 스캔들이 터지면서 올해 조기 총선이 치러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올해는 말레이시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지 60년 되는 해이기도 합니다. 나집 총리에게는 애국심에 호소하며 보수적인 표심을 결집할 기회이기도 합니다.


나집 총리에 맞서는 가장 큰 야당 세력은 말레이시아 내 화교 집단입니다. 말레이어로 ‘깨끗하다’는 뜻의 ‘베르시’라는 이름의 시민단체는 여러 차례 대규모 거리집회를 열고 부패 정권을 맹렬히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베르시에는 말레이시아 전 총리이자 권위주의 철권 통치자였던 마하티르 모하마드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마하티르 전 총리는 말레이 인종 우월주의와 이슬람 가치를 강요하며 인종 간 분열을 일으켰다며 나집 정권을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집 총리는 언제나 말레이 사람 대 중국계 대결 구도를 만드는 데 혈안이 돼 있어요. 어디를 가나 나집 총리를 욕하는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습니다.” (쿼츠)



원문: 쿼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