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욱 전 KBS 앵커가 그동안 공석이었던 청와대 대변인에 임명됐습니다. 윤창중 성추행 사건 이후 대변인 자리를 맡고 있던 김행 대변인의 사퇴 한 달 이후에 이루어진 인선이었습니다. 

민경욱 신임 청와대 대변인은 2월 5일 청와대 대변인 임명이 발표되고 난 뒤에 '지난 며칠 동안 극도의 번뇌 속에 외로움이 있었다. 결국 받아들이기로 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고 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설날 전에 대변인 자리를 제의한 박근혜 대통령은 왜 민경욱 전 KBS 앵커를 대변인 자리에 임명했고, 민경욱 대변인은 왜 수락했는지, 그에 따른 문제점은 무엇인지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 청와대 인사 검증 시스템의 실패작 민경욱'
 
청와대의 이번 민경욱 대변인 임명은 청와대 인사 검증 시스템이 얼마나 문제인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입니다. 그것은 민경욱 전 앵커는 대변인을 맡을 수 없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KBS 윤리강령 제1조 윤리강령 3항을 보면 <KBS인 중 TV및 라디오의 시사프로그램 진행자, 그리고 정치관련 취재 및 제작담당자는 공영방송 KBS 이미지의 사적 활용을 막기 위해 해당 직무가 끝난 후 6개월 이내에는 정치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되어 있습니다. 


민경욱 앵커는 2013년 10월까지 KBS 9시 뉴스 앵커로 활동했습니다. 그렇다면 아직 채 6개월이 되지 않았는데도 청와대 대변인에 임명된 것입니다. 
 

물론 TV 뉴스 앵커도 청와대 대변인에 임명될 수 있습니다. MB정권 청와대 김은혜 대변인도 MBC 뉴스데스크 앵커 출신입니다. 그러나 그녀는 뉴스 앵커에서 물러나고 8년 뒤에나 청와대 대변인에 임명됐습니다. 

앞서 KBS 윤리강령에 6개월이라고 정한 이유는 방송 이미지를 그대로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도록 하는 최소한의 장치입니다.

청와대는 이런 최소한의 인사 검증 장치조차 무시하고 민경욱 전 앵커를 청와대 대변인에 임명했습니다. 말 많고 탈 많은 박근혜식 인사가 또다시 문제가 되는 증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 스파이? 언제 줄줄 샐지 모르는 마우스' 

민경욱 앵커는 내부고발 사이트인 '위키리크스'에 등장한 인물 중의 하나입니다.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국 외교 전문 가운데 2007년 9월 19일자 미 대사관발 비밀전문에는 민경욱 앵커의 이름이 나옵니다. 
 

미국 대사관의 비밀문서를 보면 KBS 고대영 (해설위원, 보도본부장)은 미국 대사관 연락책으로 적혀 있었으며, 각종 한국 정치 관련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나옵니다. 

2007년 대선 직전, 민경욱 앵커는 고 본부장과 함께 미국 대사관에 이명박 후보에 관한 당선 여부와 다큐멘터리 제작 과정에서의 일을 제공했습니다. 

민경욱 앵커는 위키리크스에 나온 비밀문서 내용이 별다른 정보가 없는 대화에 불과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위키리크스 논란에 대한 민경욱 앵커의 해명

 

민경욱 앵커는 미국 비밀전문의 작성자는 워싱턴 이웃과 함께 왔던 한국계 미국인이었고, 밥 먹으면서 했던 말을 전문에 적은 것 같다고 했습니다. 

워싱턴 특파원을 하던 사람이 미국 정보원을 몰라 본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기자라면 최소한 자신이 대화하는 상대가 누구인지 정도는 대부분 파악합니다. 
 

▲2007년 제17대 대선이후 방영된 KBS스페셜 '대한민국은 왜 이명박을 선택했나' 한 장면. 출처:KBS

민경욱 앵커는 자신의 앞에 있던 사람이 누군인지 알고 있었으나, 중요한 얘기가 아니므로 다큐멘터리 제작과정을 설명해줬을 것입니다. 

정보는 이런 단편적인 정보를 토대로 완성된다는 사실을 아는 기자라면 자신이 취재한 내용을 (방송되기도 전) 그대로 미국에 넘기는 일 또한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알아야 마땅합니다. 

청와대에 근무하면서도 단순한 내용이라고 미국 정보원에게 알려줄 수 있는 위험요소가 있는 청와대 대변인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미국 정보원들은 좋아하겠지만..)

' 땡박 뉴스의 지존, 결국 박근혜의 낙점을 받다' 

민경욱 전 앵커의 청와대 대변인 임명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박근혜 대통령과 언어적 소통 한 번 없던 인물이 단순한 나팔수 경력으로 청와대 대변인에 임명됐다는 점입니다.  

 

 

9시 뉴스에 대통령의 얼굴이 첫 번째로 나오는 형태를 우리는 '땡전 뉴스'라고 부릅니다. 전두환이 언론을 장악했을 때 나왔던 양상으로 언론이 전형적인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했던 모습을 빗댄 것입니다. 

민경욱 대변인이 뉴스를 진행하던 10월까지 박근혜 대통령이 KBS 9시 뉴스 첫 번째로 나온 사례가 무려 29번 22%나 됩니다. 
 

 

민경욱 앵커가 진행한 박근혜 대통령 소식은 그리 별다를 것이 없는 뉴스들이었습니다. 그저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 의지와 행보에 불과했습니다. 

공영방송이었던 KBS는 조사 기간(취임 초부터 10월까지) 9시 뉴스 전체의 59% 비중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출연시켜, 그녀를 메인 뉴스의 주인공으로 만들었습니다. 
 

 

어쩌면 민경욱 앵커는 성공한 정치 언론인의 사례로 손꼽힐 수 있을 것입니다. 

<민경욱은 다큐에 대해 조사를 하는 한 달 동안 이명박과 그의 측근들에 의해 완전히 설득당했다. 이 후보자에 대한) KBS의 다큐는 이명박이 아주 좋아할 만한 것>이라는 미국 대사관 비밀전문에 따라 MB정권에서 9시 뉴스 메인 앵커로 성공했습니다.
 
민경욱 전 앵커는 부활한 '땡박 뉴스'의 지존답게 박근혜 정권 취임부터 박근혜 대통령을 찬양하더니, 이제 권력의 심장부인 청와대에 들어가 대변인으로 활동하게 됐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하고 앵커를 그만둘 때까지 8개월 중의 1개월을 민경욱 앵커는 '박근혜 대통령은' 이란 말로 뉴스를 시작했고, 이런 인물이 청와대 대변인으로 발탁돼, 이제는 장소만 바꾸어 '박근혜 대통령께서'를 말하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