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너무 똑똑한 척을 하면 굉장히 밉상을 산다. 약간 좀 모자란 듯 표정을 지으면 된다.”

김을동 새누리당 최고위원, 새누리당 여성 예비후보 설명회, 2016. 2. 3.





소수자를 향한 정치인의 막말이 또 등장했다. 이번 타겟은 여성이다. 다만 여성을 향한 과거의 막말들과는 성격이 좀 다르다. 그 자신이 여성인 김을동 새누리당 의원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는 점에서 말이다. 김을동 의원은 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의 20대 총선 여성예비후보자 대회에 ‘멘토’의 자격으로 참석해 70여 명의 여성 예비후보자들을 향해 이런 발언을 했다.

김 의원은 인간 심리가 자신보다 똑똑한 사람은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며 모자란 표정을 지어야 하는 이유를 부연 설명했지만, 똑똑하지 않아야 하는 주체를 ‘여성’으로 못박은 그의 발언은 다분히 문제적이다. 그의 발언을 따져보면 자신의 정치적 의견을 뚜렷하게 개진하는 것은 오직 남성만이 할 수 있는 것처럼 들린다.

김 의원은 같은 맥락에서 “여성보다는 아줌마 이미지가 다정다감한 장점이 있다.”고도 덧붙였다. 이것은 수없이 많은 미디어가 ‘아줌마’라는 단어에 부여했던 정형화된 이미지를 재생산함과 동시에 아줌마는 여성이 될 수 없음을 은연중에 암시하는 발언이다. 김 의원의 발언들을 종합하면, 여성은 중앙정치에 참여하면서도 돌봄노동과 감정노동을 수행하는 부수적인 조력자의 이미지에 충실해야만 하는 것이다.

같은 장소에서 나온 김희정 전 여성가족부 장관의 발언 역시 여성에게 부과되어 온 조력자의 이미지만이 여성정치인의 무기가 될 수 있음을 역설한다. 김 전 장관은 “우리 딸 같다, 우리 엄마 같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것이 여자가 가진 최고의 운동 방법이라고까지 강조한다. 그의 말대로라면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딸이 아닌 여성은 자연스레 배제된다.

이들의 발언은 놀랍지만, 한편으론 놀랍지 않다. 누군가는 이것을 여성을 향한 막말로 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성이 다정다감하고 자애로운 여성성을 잘 발휘해 좋은 정치를 하는 것이 뭐가 문제냐는 식의 반론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아마도 가족)를 사랑해 그들을 챙겨주고 그들을 위해 집안일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본성이 결코 아니다. 수많은 여성들이 여성성을 답습하는 것은 그것이 그들의 당연한 역할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렇게 사회화되어 왔기 때문이다.




꽈당이라도 연습해야 하나? ⓒ ‘월간순정노자키군’




대다수의 여성들은 일상을 살아가며 김 전 의원의 발언과 크게 다르지 않은 차별적 말들을 수없이 마주한다. 청소년기의 여성에겐 ‘여자애가 쓸데없이 드세서 남자애들 기를 죽인다’는 식으로, 결혼을 하지 않은(그리고 당연히 이성애 결혼을 할 것으로 전제되는) 성인 여성에겐 ‘여자가 너무 잘나면 남자가 보기엔 매력 없다’는 식으로 끊임없이 반복된다.

방송에선 ‘설치고, 말하고, 생각하는 여성’이 싫다는 발언이 자연스러운 웃음을 유발하며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는다. 여당의 여성 의원이 “여성은 똑똑한 척하지 말라”고 그것이 “최고의 운동 방법”이라고 거리낌 없이 내뱉을 수 있는 사회에서 양성평등시대는 가닿을 수 없는 판타지의 세계로만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