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4일 오늘의 유머 사이트에 '부산 oo oo 아파트 갑질'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부산 모 아파트에서 나이 많은 경비원들에게 아침마다 인사를 시키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올린이는 ‘이유를 알고 보니 아파트 대표회의에서 다른 아파트 경비들은 출근길 인사를 하던데 왜 우리는 경비한테 그걸 시키지 않느냐는 컴플레인이 들어와 대표회의 지시사항으로 시작된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글은 순식간에 온라인에 퍼졌고 아파트를 비난하는 댓글 등이 줄을 이었습니다.

그러던 11월 5일 저녁, 오늘의 유머 사이트에 '부산 갑질 논란 아파트 102동 엘리베이터에 붙은 학생글'이라는 갑질 아파트 관련 글이 또 다시 올라왔습니다. 주민이 퇴근길에 엘리베이터에 붙은 글을 보고 올린 것입니다.






102동에 사는 한 학생은 아침에 학교 갈 때마다 어린 자신을 향해 인사를 하는 경비아저씨들의 모습에 마음이 편치 않았고, 그 이유를 몰라 죄스러운 마음에 자기도 90도로 인사를 했다고 했습니다. 아파트 경비 아저씨들의 인사 이유를 알게 된 학생은 너무 부끄럽다고 밝혔습니다.

학생은 '이런 문제가 온라인에서 이슈가 되기 전까지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았던 스스로도 부끄럽다'면서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회의에서 지속적으로 이 안건을 제시하셨다는 분들은 본인의 부모님께서 이런 일을 겪으시면 기분이 어떨지, 본인의 생각이 얼마나 짧았는지 생각해보셨으면 좋겠다'며 어른들에게 일침을 가했습니다.

글을 올린 학생은 '존중받고 싶으면 먼저 남을 존중하면 됩니다'는 명쾌한 해답을 제시합니다. 학생의 말이 맞습니다. 아파트 주민들이 경비 아저씨들에게 인사를 받고 싶으면 먼저 다가가서 인사하고 존중한다면 굳이 인사하지 말라고 해도 그 분들이 주민을 향해 인사를 했을 것입니다. (경비 아저씨들이 주민을 보고 먼저 인사를 하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학생의 글이 게시된 후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페이스북에는 바로 옆 동인 103동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갑질 아파트 인사 주민 반대 서명’을 받았다는 글이 게시됐습니다. 주민들은 “서명을 거부한 두 집을 제외한 대다수 주민은 그런 미친 짓을 왜 하냐는 반응이었다”라며 대다수 주민의 의견과 동떨어진 정책을 낸 곳이 '주민대표회의'라는 소수의 의견이었다고 밝혔습니다.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 이 주민은 '이 사건뿐만 아니라 적어도 내가 사는 아파트에서만큼이라도 두 번 다시 이런 갑질이 일어나지 않도록 주변 이웃들에게 관심을 써주기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우리는 갑질 아파트로 몰린 주민들이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고 애쓰고 있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합니다. 소수의 잘못으로 벌어진 일로 평범한 주민조차 '갑질 주민'으로 매도하는 행위 자체도 또 다른 갑질이기 때문입니다.

부산의 모 아파트 주민대표회의가 지시한 행위는 분명 잘못됐습니다. 그러나 학생의 용기 있는 글과 자발적 주민 반대 서명을 한 것엔 박수를 보내야 합니다. 해당 아파트가 '부산 갑질 아파트'보다는 '갑질을 바꾼 아파트'로 변했으면 합니다. 남을 존중하고 잘못된 일에 용기를 내는 주민들과 학생이 있기에 꼭 그렇게 될 것이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