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만원 세대’, ‘삼포세대’, ‘달관세대’... 20대들을 대표하는 말들이다. 20대의 삶은 그러한 ‘00세대’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성세대와 기성언론은 20대를 바라볼 때 그렇게 ‘세대’라는 안경을 끼고 바라보았다. 20대 하나하나를 보는 것이 아니라, 00세대라는 말을 먼저 붙이고 그 틀 안에서 이해하려 했던 것이다. 그러한 ‘세대론’이 간과하는 것은, 20대는 너무나 다양한 모습과 자신들만의 고민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는 것이다.


신촌에는 수많은 20대가 있다. c KBS




20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다

'다큐멘터리 3일 – 방황해도 괜찮아, 신촌편(KBS, 2013)'에는 다양한 모습의 20대가 등장한다. 만화가를 하기 위해 회사를 그만두고 신촌 거리서 크로키를 하는 20대, 편입 준비를 하면서 핫도그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20대, 회계사 준비를 위해 하루 종일 학원에서 공부를 하는 20대, 퇴근해 신촌에서 저녁을 먹는 20대, 취업 스터디를 하는 20대, 매장에 자신의 옷을 진열한 뒤 그 옷을 관리하는 20대, 일일호프를 준비하는 20대, 진로를 고민하며 아르바이트를 하는 20대.

다큐멘터리는 그들의 삶을 문제 삼지 않는다. "불안하지 않으세요?"라는 질문을 가끔 던질 뿐이다. 옆에서 그들의 삶을 조용히 지켜보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들이 생각하는 삶의 방향, 그들이 생각하는 꿈, 그들이 생각하는 20대를 듣는다. 그렇게 만난 20대들은 치열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내고 있고, 자신이 생각하는 방향을 향해 살아가고 있다. 거기에 더해 각자의 고민을 가지고 있고, 지금에 이르게 되는 다양한 개인사들을 다룬다. 다큐멘터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러한 그들을 바라볼 뿐이다.



20대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실상

많은 언론이나 미디어에서는 20대의 일부 단면들만 보고 그들을 규정해왔다.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20대들의 삶을 보면 그러한 ‘이미지’들이 얼마나 20대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되는지를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웹툰 '조이라이드'는 '요즘 같은 불황’이라는 편에서 "비록 가난한 대딩이지만 맥북에 DSLR, 해외여행, 스타벅스에 디저트 먹고 인스타 올리느라 힘들어 죽겠어 불황이야!"라면서 20대들의 행태를 꼬집었다. 하지만 다큐멘터리에서 나온 20대는 학원에서 점심을 봉지라면으로 때우고 만다. 왜 라면을 먹느냐는 질문에는 돈이 없어서, 그리고 그렇게 먹은 지도 꽤 되었다고 답한다. 당장 내일 먹을 쌀을 고민해야 했다는 20대도 있었다. 


웹툰에서는 대학생이 수준에 맞지 않게 과소비를 한다고 묘사된다. c 조이라이드



20대의 삶을 관찰한다면 바로 '잘못된 일반화'임을 알 수 있다. c KBS


‘요새 청년들은 열정이 없다’라는 오래된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20대는 하루 종일 아르바이트를 하고 나서 퇴근한 뒤에도 짬짬이 공부를 하고, 밤 11시가 넘어서야 집에 들어온 뒤에 새벽 4~5시에 일어나 다시 학원으로 향한다. ‘열정’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일에 열렬한 애정을 가지고 열중하는 마음’이다. 다튜멘터리는 20대들이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위해 열중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최근 ‘20대는 저성장 시대에 달관해서 적게 쓰는 것에 달관했다’는 프레임 역시 마찬가지다. 다큐멘터리는 그들이 달관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그들은 더 나은 내일이나 자신의 꿈을 위해서 열심히 살아갈 뿐이다. "이렇게 살아도 괜찮다."고 말한 건 "예전에 독서실에서 공부할 때는 일주일 간 말 한 마디도 안 하고 살았다. 요새는 나아진 거다."라는 이야기에서뿐이었다. 취업 스터디를 하던 29살은 ‘돈도 못 벌고 빌빌대는 듯하여 부모님께 죄송하다’며 속마음을 내비쳤다. 다른 취업 준비생은 "자신만의 행복을 정립할 시간이 없다 보니 많은 이들이 생각하는 행복만을 따라가게 된다."며 행복의 일원화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들은 지금의 상황에 달관하지 않았다. c KBS




20대를 제대로 이해하는 방법은 20대 각자를 바라보는 것

다큐멘터리는 ‘세대론’처럼 20대들을 하나로 묶어서 바라보지 않았다. 청년에 대한 고정관념을 끼고 이해하지도 않았다. 다큐멘터리는 그저 충실하게 20대들의 삶과 고민을 담아내면서 ‘그들이 각기 다른 존재’라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그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건 오로지 20대라는 것, 그리고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고민을 가지고 살아내는 ‘보통 사람’이라는 것뿐이다. 좁은 자취방에서, 아르바이트하는 가게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20대들은 기성세대의 ‘청춘은 그 자체로 빛나고 아름답다’는 ‘청춘 예찬’과 달리 대단해 보이지도, 빛나 보이지도 않는다. 고생에 눈물을 보이고, 연인을 부러워하고, 미래를 걱정하는 일반적인 사람들일 뿐이다. 


그의 원룸방은 한 사람이 들어가기에도 벅찬 공간이다. c KBS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거라곤 그러한 ‘보통 사람’인 20대. 그들의 삶은 ‘달관’이나 ‘삼포’와 같은 말들로 묶일 만한 성질이 아니다. 수많은 ‘세대’들에서 진짜 20대의 모습은 찾아낼 수 없다. 대신, 20대 하나 하나에게 다가가야 진짜 20대의 모습을 발견해낼 수 있다. 20대는 각자가 너무나 다른 환경, 고민과 삶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달관세대’와 같은 세대론이 비판받는 것도 그들이 ‘대표로서’ 택한 20대의 모습이 20대의 일부에 불과하기 때문이며, 진짜 20대의 삶을 이해하려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 곳곳, 그리고 지방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20대들까지 포함하면 20대의 모습과 그들의 생각은 훨씬 더 다양해진다. 다큐멘터리는 그들의 삶을 평가하거나 재단하지도 않았다. 29살의 취업준비생에게 "그 나이 먹고 아직도 취직을 못했냐"고 하거나 직장을 때려치우고 만화가를 준비하는 이에게 "현실감각이 없다"고 하거나 독서실에서 말 한 마디 없이 공부할 때보다는 행복하다는 이들, 돈이 없어 풍족하게 살지 못하는 이들에게 ‘달관했다’고 하지 않았다. 색안경을 끼거나 하나의 틀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삶을 집중해보는 것,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것. 그것이 바로 20대를 이해하는 올바른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