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에 따르면, 2013년 대학 진학율은 70.7%를 기록했다. 대학 진학률 80%를 넘보던 2000년대 후반보다 꽤 줄은 수치이지만, 여전히 높은 게 사실이다. 20대는 공부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20대에 진입하는 사람의 10명 중 7명은 여전히 학생 신분이다. 학생 신분이 아닌 20대라도 취업을 준비하거나, 일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것을 공부해야 한다.


c 한국교육개발원


즉, 청년세대의 삶은 ‘배움’과 매우 밀접해 있다. 이는 한국만이 아닌 전 세계 모든 학생들에 해당된다. 하지만 공부하는 방식이 같을 리는 없다. 국가 정책이나 사회 구성원이 공유하는 가치관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이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세계의 학생들은 어떻게 공부를 할까. 그것을 들여다보는 건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5부작 다큐멘터리 <공부하는 인간: 호모 아카데미쿠스>(KBS1, 2013). 미국 하버드대학교 학생 네 명이 세계 각국의 공부 문화를 살펴보기 위해 떠나는 여정을 담아낸 프로그램이다. 이 다큐멘터리의 여정을 따라가며 문화권에 따라 공부 방식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살펴보고, 좋은 공부는 어떤 공부일지 고민해 보자.



암기하는 동양, 질문하는 서양

공부를 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공부 방법의 차이는 흔히 개인의 성향에 따라 다른 것으로 여기기 쉽다. 하지만 다큐멘터리는 나라별로 주된 학습 방법이 다르다는 사실을 말한다. 더 정확하게는 문화권에 따라 학습의 방법이 다르다. 이 다큐멘터리가 흥미로운 점은 문화가 다르면 공부를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지고,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공부법도 달라진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데 있다.

동양 문화권에 속하는 한국과 중국, 인도, 일본은 비슷한 공부법을 가지고 있다. 동양 문화권에서는 공부하는 방법으로 주로 ‘암기’를 사용한다. 다만 나라에 따라 구체적인 암기법에 차이가 있다. 중국과 인도는 소리 내어 암기하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 중국 학생들은 옆 사람의 소리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큰 소리로 말하면서 암기한다. 인도 학생들의 모습도 중국과 비슷하다. 교실에 앉아 큰 소리로 무언가를 외치는 모습은 아니지만, 운동장에 모여 한목소리로 힌두교 경전인 베다를 암송한다.


책의 내용을 큰 목소리로 읽으며 암기하는 중국 학생들의 모습. c KBS


일본과 한국은 두 나라에 비해 조용히 암기하는 편이다. 한국은 본래 말하면서 암기하는 전통이 있었지만, 다 같이 암송하면서 외우는 풍경은 찾아보기 어렵다. 일본의 경우, 암기의 방식으로 ‘말하기’보다는 ‘쓰기’를 택한다. 일본 초등학생들은 모든 과목의 공책을 만들어, 공책 정리를 하도록 훈련받는다. 일본 최고의 명문대인 도쿄대 합격생의 공책이 비싼 값으로 팔려, 수험생들의 본보기가 되기도 한다.

한편, 서양의 공부는 암기에 중점을 두지 않는다. 유대인들의 공부법은 ‘질문’이다. 유대인은 학습해야 할 주제뿐만 아니라 모든 현상에 ‘왜’라는 의문을 가진다. 교사는 학생에게 항상 “마따호셰프(네 생각은 어떠니)?”라고 질문하여 학생 스스로 의견을 갖도록 한다. 프랑스 역시 마찬가지다. 프랑스는 대학 입시에서 철학 시험을 본다. 다큐멘터리는 프랑스 초등학생들이 ‘좋은 친구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학생들은 손을 들고 발언하기를 주저하지 않고 열심히 참여하며 자기 생각을 발전시킨다.


c KBS


다큐멘터리는 페이스북의 창시자인 마크 주커버그가 다녔던 고등학교도 방문한다. 미국의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는 ‘하크니스 테이블’이라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 하크니스 테이블은 앉으면 서로 마주 볼 수 있게 되어 있는 타원형의 탁자다. 이 학교는 토론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수학과 음악까지도 토론식 수업으로 진행한다. 서양 문화권의 주된 공부법은 ‘질문과 토론’이다. 물론 서양 문화권에서도 시험에 대비하여 암기한다. 하지만 수업 시간에 주로 사용되는 학습법은 대화와 토론이라는 점에서 동양과 차이가 있다.




공부 방식의 차이는 문화의 차이

동서양의 공부법이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각 문화권의 역사와 전통 속에서 공부를 대하는 인식에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동양에서 공부란 ‘성현의 말씀을 정확하게 그대로 기억하고 실천하는 것’이었다. 성현의 말씀은 보편적 지식으로 간주되어 왔다. 따라서 성현의 말씀을 한 치의 오차 없이 그대로 기억하는 것이 중요했다.

한국의 전통적인 학교는 서당이었다. 다큐멘터리는 전통 서당의 모습이 잘 보존된 청학동에 방문하여 서당에서의 공부 모습을 관찰한다. 서당의 학생들은 큰 목소리를 내어 성현의 말이 기록되어 있는 책을 읽고, 자신들 소리를 듣는 과정을 통해 그 구절을 암기한다. 중국 학교에서는 아직도 큰 소리를 내어 암기하는 방법이 남아 있다. 인도는 힌두교 문화 속에서 암기의 전통이 생겨났다. 힌두교에는 3억 3천만 개의 신이 존재한다. 신들에 얽힌 이야기와 각각의 경전의 내용을 기억하기 위해서는 암기가 필수적이었다.


인도의 학생들이 운동장에 모여 베다를 암송하고 있다. c KBS


한편 서양에서의 공부는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행위다. 공부 방식으로 ‘질문’을 택한 유대인은 학생 개개인의 의견을 중요시한다. 유대인들은 어떤 질문을 던지고 토론하여 어떤 의견에 도달한다. 그들은 핍박받으며 떠돌아다니던 역사 속에서 지식의 효용성을 중시했다. 효용성 있는 지식이란 오래 남아있는 지식을 의미한다. 유대인은 질문에 답하는 토론 과정에서 지식을 자신의 일부로 만든다.

질문식, 토론식 공부 방법은 미국과 유럽 전역에서도 보편적으로 나타난다. 다큐멘터리는 서양의 공부 방식의 뿌리를 찾기 위해 루브르 박물관의 여러 유적을 살펴본다. 다큐멘터리는 “서양의 전통에서 공부란 보편적 지식의 습득보다는 각 개인의 발전과 성장을 위한 노력이었다.”고 말한다. 고대 로마의 학교에는 독서라는 행위가 없었다. 아이들은 학교에 와서 자유롭게 토론했다. 고대 로마의 공부 목적은 토론을 통해 자기표현 능력과 사고력을 발전시키는 것이었다. 이런 전통이 현재까지 영향을 주고 있는 셈이다.



최고의 공부를 위한 조건, 교류와 협력

다큐멘터리는 좋은 공부의 조건으로 교류와 협력을 제시한다. 앞서 소개한 미국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에서는 수업이 교사의 일방적인 강의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학생들끼리 수학 문제를 풀면서 헤매고 있어도 교사가 바로 모범적인 길을 제시하지 않는다. 학생들끼리 논의를 거쳐 해결한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한 명 한 명이 모두 수업에 기여하게 되고, 그 과정을 통해 배운다. 시험을 보거나 평가를 하지 않아도 모든 학생이 열심히 공부한다.


옥스퍼드 대학의 토론 클럽인 옥스퍼드 유니온의 모습. c KBS


다큐멘터리는 대학의 본질을 잘 실천하고 있는 대학교의 예로 영국의 옥스퍼드를 보여준다. 대학의 어원인 UNIVERSITAS는 중세 학생들의 모임과 만남을 일컫는 말이다. 중세시대 대학에서는 필기를 하지 않았다. 그저 주제에 대해 자기 생각과 의견을 나누었다. 대학이란 어원의 뜻 그대로 배우고 가르치는 자들의 교류 장소였다. 이런 전통은 옥스퍼드 대학으로 이어졌고, 옥스퍼드의 학생들은 날마다 열띤 토론을 벌인다.

MIT 미디어랩 역시 교류와 협력의 공부를 지향한다. MIT 미디어랩 부책임자인 히로시 이시는 “누구도 혼자서는 좋은 아이디어를 낼 수 없습니다. 모든 일은 지성이 한데 모였을 때만 가능합니다. 개인의 독특한 사고를 한곳에 모으고 수정해 나가면 그 힘은 더욱 강력해집니다.”라고 말한다. MIT 미디어랩은 분명한 자기표현과 협력을 중요시한다. 자신만의 시각으로 접근하고 다른 이의 도움을 받아 개발시킨 기술은 최고가 아닐지라도 그게 유일한 것이 되어 살아남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