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19대 총선에서 패배한 뒤 기회를 엿보던 홍준표 전 한나라당 대표는 김두관 전 지사가 대선 출마를 위해 지사직을 내놓자마자 보궐선거에 뛰어든다. 경남도민은 4선 의원이며 여당 대표까지 지낸 동향 출신 거물급 정치인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득표율 63%(119만 표)를 기록하며 도지사실 접수에 성공한다.



주민이 위임한 권력으로 주민 복지 훼손시켜

입성하자마자 착수한 일이 있다. 진주의료원 폐업이다. 적자 누적에도 불구하고 노조가 기득권만 주장하는 상황이어서 회생이 불가능하다는 게 이유였다. 2013년 5월 홍 지사는 주민들의 압도적 반대에도 불구하고 의견수렴이나 합의 과정도 없이 100년 넘도록 주민과 함께해온 진주의료원 폐업을 공식 선언했다.

그가 폐업 명분으로 내건 ‘적자 누적과 노조 횡포’는 사실과 다른 주장이었다. “진주의료원은 강성노조의 해방구”라고 목청을 높인 홍 지사의 주장과는 달리 계속되는 임금체불에도 직장을 지켜온 ‘착한 노조’였다. ‘적자누적’ 역시 폐업의 불가피성을 설명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만성 적자에 허덕이던 삼척의료원과 원주의료원 등이 흑자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첨단의료기기 확충, 서비스 향상 등 경영상태를 개선한 결과였다.

강한 비난을 받으면서도 홍 지사는 웃었다. 지역 이슈를 정치 쟁점화하는 데 성공하면서 그에 대한 강성보수와 극우 진영의 격려와 찬사가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진주의료원을 희생시킨 대가로 거머쥔 대차대조표에 흡족해했다. ‘주민 반발’이라는 손실에 비해 ‘보수아이콘’으로 주목받으며 형성된 이득이 더 크다고 봤던 모양이다. 그에겐 주민보다 정치가 먼저였다.




무상급식 중단, ‘진주의료원 학습효과’에 매료된 독선

‘진주의료원 학습효과’에 흠뻑 매료된 그가 이번엔 더 큰 것을 들고 나왔다. 2009년부터 시행해오던 학교 무상급식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는 도의원 절대다수가 새누리당 소속인 점을 활용해 관련 조례안 통과를 밀어붙였다. 홍 지사의 야욕과 거수기 역할을 한 도의원들이 22만 명 학생들의 밥그릇을 빼앗은 셈이다.

주민 의사는 철저하게 무시됐다. 도민 2/3가 무상급식 유지를 외쳐도 아랑곳하지 않지 않으며 빈정거리는 태도까지 보였다. 주민들과 시민단체가 강하게 비판하자 “학교에 밥 먹으로 가느냐, 학교는 공부하는 곳이지 밥 먹는 곳 아니다”라고 코웃음을 치기도 했다.

홍 지사의 ‘무상급식 발언’을 모아보면 어지러울 정도다. 말 바꾸기 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해 왔기 때문이다. “무상급식은 배급제로 밥을 제공하는 북한식 사회주의 논리”라고 주장하는 극우 진영과 한 목소리를 내다가도, 졸지에 말을 뒤집어 정반대 입장을 표명하곤 한다.


<홍 지사 '거수기 역할' 한 뒤 도망치듯 빠져나오는 경남도의원 (출처: 날으는 쏭군)>



무상급식 말 바꾸기.... 경남도민은 노리개?

여당 최고의원과 당 대표 등 잘나가던 시절에는 “국가재정 파탄 내는 진보좌파의 무상파티” “얼치기 좌파들이 내세우는 국민 현혹 공약”이라는 주장을 폈다. 그러다 유권자 눈치를 봐야 할 상황이 되면 말을 바꿨다. 2012년 도지사 보궐선거 TV 토론회에서는 “무상급식이 국민 뜻이라면 따르겠다”고 말했고, 도지사 취임사에서는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을 줄여서는 안 된다”며 무상급식과 노인 틀니사업 같은 복지예산이 삭감되는 일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바꾸고 또 바꾸더니 다시 바꿨다. 2015년 경기도청 특강에서 “무상급식은 좌파들의 잘못된 논리에 국민이 놀아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도민의 표가 필요할 때는 ‘무상급식 찬성’ 입장을 보이다가, 선거가 끝나고 권력을 손에 넣으면 ‘무상급식 절대 불가’로 돌아선다. 경남도민이 노리개인가.

경남도민의 ‘홍준표 사랑’이 변함없을 줄 아나 보다. 보궐선거에서 압도적 지지로 승리하고 또 다시 60% 가까운 득표로 재선까지 되니 그렇게 착각하는 모양이다. 똑똑한 도지사가 아둔한 주민들을 좀 갖고 논다고 한들 무슨 문제가 되겠느냐 이 건가.


<홍준표의 '무상급식 말 바꾸기' (출처: 안민석 의원)>


주민들이 위임한 권력. 잘못되었다면 되찾아 와야

그렇다면 이런 도지사는 끌어내려야 한다. 주민들이 위임해준 권력을 자신의 정치적 영달을 위해 활용하고, 지역민의 의료복지와 학생들의 밥그릇을 희생 제물 삼아 정치적 야욕을 채우기 바쁜 단체장은 주민들에게 해로울 뿐이다. 이런 사람의 손에 들어간 권력은 ‘흉기’나 다름없다.

주민들이 맡긴 권력이다. 이젠 주민들이 회수해야 한다. 지방자치법 제20조(주민소환)에 의거해 적법 절차를 거치면 홍 지사 수중에 들어간 경남도민의 권력을 되찾는 게 가능하다.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에 방법과 절차가 상세하게 설명돼 있다.

동 법률 제7조 1항에 따르면 ‘특별시장·광역시장·도지사의 경우 주민소환투표청구권자 총수 100분의 10 이상’의 청구로 주민소환투표가 실시될 수 있다. 주민소환투표청구권자란 ‘19세 이상 투표권이 있는 주민’을 말한다. 단, ‘선출직 지방공직자의 임기 개시일부터 1년이 경과하지 아니한 때’에는 주민소환을 청구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홍 지사가 작년 7월 1일 취임했으니 올 7월부터는 주민소환 청구가 가능하다.



밥그릇 빼앗긴 학생 부모들만 결집해도 ‘지사직 박탈’ 가능

경남도 유권자 수는 약 260만 명. 이 중 10%인 26만 명 이상이 주민소환청구에 서명하면 소환투표가 실시된다. 지사직을 상실하게 만들려면 1/3인 87만 명 이상이 투표에 참가해 이중 과반수가 찬성하면 된다. 최소 44만 명이 소환운동에 참여해 투표장에서 ‘찬성표’를 던지면 지사직 박탈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

충분히 가능한 수치다. 이번 무상급식 중단으로 밥그릇을 빼앗긴 학생 수는 대략 22만 명. 이들의 부모들은 소환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그 수는 어림잡아 40만 명에 달한다. 밥그릇을 빼앗긴 학생의 부모들만 참여해도 홍 지사에게 부여된 권력을 되찾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주민소환투표로 직에서 쫓겨나는 선례가 나와야 주민을 희생시켜 자신의 정치적 야욕을 채우려 하는 단체장들에게 경종을 울릴 수 있게 된다. 경남도가 그 시작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