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9일, 전북 익산시 원광대학교 앞에서는 한 남학생의 삭발식이 거행되고 있었다. 50명의 원광대 학우들은 숨죽여 지켜보며 응원했다. 머리카락이 후두두 떨어질 때마다 몇몇 학생들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왜 이런 시위를 하고 있는 것일까? 바로 최저임금 5210원 때문이었다. 학생복지위원회 위원장 박상인씨(26)는 지난 1년 간 원광대 앞 신동 지역 대학로 상권에서 일하는 학우들이 노동자의 최소한의 권리를 지킬 수 있도록 노력했다. 삭발식부터 단식 투쟁까지 하면서 대학로 업주들을 향해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외쳐온 상인씨. 고함20이 그에게 지난 1년을 물었다.

원광대 앞에서 박상인씨가 최저임금 준수를 외치며 삭발식을 하고 있다. ⓒ 박상인씨 페이스북


‘상담 후 지급’한다는 수상한 최저임금

“학교 게시판의 구인 공고를 보면 임금 난에 ‘상담 후 지급’ 이라는 글이 많아요. 사실은 최저임금도 안 준다는 말이나 마찬가지잖아요? 더군다나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이 쓰여있는 글들도 상당수였고요. 최저임금조차 지키지 않는 업주들의 행태가 부당하다고 생각했어요.”

작년 8월, 상인씨는 같은 뜻을 가진 학생들을 모아 ‘최저임금실천단(이하 실천단)’을 꾸렸다. 얼마 되지 않아 그는 학내 자치 기구로서 실천단 활동을 이어나가는 데 한계를 느꼈다. 마침 학생복지위원회 위원장 출마 제의가 들어왔고 11월에 위원장에 출마했다. 상인씨의 당선 이후 실천단은 학생복지위원회 산하 기구로 올해 1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박차를 가했다.

먼저 실천단은 부당한 대우로 고통 받는 학생들의 사례를 제보 받았다.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원광대 학우 약 1,944명을 대상으로 근로환경 조사 결과, 605명(31%)의 학우가 최저임금을 받지 못했으며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학우도 507명(26%)이나 된 것으로 나타났다.

“업주들이 ‘수습기간 제도’를 악용해서 최저임금을 주지 않는 사례가 많았어요. 근데 수습기간 적용은 1년 이상 근로 계약이 성립됐을 때에만 최저임금을 10% 감액할 수 있는 제도거든요. 근로계약서조차 쓰지 않는 학생들은 반박할 근거 없이 업주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겠더라고요.”

실천단은 이런 학생들이 그동안 미지급된 최저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고용노동부에 제출할 진정서 작성을 도왔다. 다행히도 실천단이 진정서 접수를 업주에게 미리 예고하자, 대부분 업주가 먼저 나서서 원만한 합의를 요청하는 편이었다.


삭발식부터 단식투쟁까지, 실천단의 지난 1년간의 노력

최저임금이 당연한 권리라는 업주들의 인식 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 박씨는 삭발식을 하기 2주일 전 신동 지역 그린상가연합회에 만남을 요청했다. “상가연합회 회장님을 만나 2가지를 요청했어요. 첫 번째로는 최저임금을 준수하는 것이었고, 두 번째로는 최저임금을 준수하는 업체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도록 관련 글을 부착하는 것이었죠. 이후 상가연합회 회장님께서 직접 가게를 일일이 찾아가 업주들을 설득하기 위해 노력해주셨어요. 하지만 여전히 최저임금을 꼭 지킬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하는 업주들이 적지 않았어요.”

상인씨는 이런 업주들에게 최저임금이 노동자의 당연한 기본권리라는 것을 강력하게 말할 필요성을 느꼈다. 결국 지난 9월 최저임금 준수를 요청하는 피켓을 들고 삭발식을 진행했다. “물론 삭발식이 개인적으로는 쉬운 선택은 아니었지만, 학우들을 위한 노력의 시작이라고 생각했어요.”

단식투쟁 당시 원광대 안에 설치한 현수막 ⓒ 박상인씨 페이스북

삭발식 2주 뒤인 10월 13일, 이번에는 단식투쟁에 돌입했다. “단식투쟁으로 쓰러져서 이슈 되는 것을 계기로 고용노동부가 움직이고 업주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이 처음 목적이었어요.” 그는 성실하게 단식 투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4시간마다 혈당측정기 결과까지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런데 처음 계획과 달리 단식투쟁은 이틀 만에 끝나고 말았다. “내부 회의에서 더 현실적인 방법을 찾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부정적인 반응이 나왔어요. 하지만 이틀 만에 그만두는 것이 괜한 쇼라고 오해를 사지 않을까 상당한 부담이었죠.” 결정적으로 그 날 만난고용노동부 관계자의 미온적 태도 때문에 상인씨는 다른 방법을 찾는 것을 선택했다.

그동안 고용노동부가 실천단 활동에 비협조적인 편은 아니었다. 오히려 실천단을 위해 물품 지원과 캠페인 진행 등의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문제는 원광대 대학로만 집중 단속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서울 등 수도권과 달리 지방의 낙후된 도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최저임금이 안 지켜지는 곳이 너무 많다. 다른 지역을 다 제쳐놓고 신동 지역 대학로만 특별 관리할 인력이 부족하다”며 대학로 지역에 대한 특별 단속 요청을 거절했다.


조금씩 변하는 대학로 업주들 그러나 여전히 남은 과제

학생복지위원장으로서 상인씨의 남은 임기는 이제 한 달이다. 앞으로 실천단의 계획에 대해서 물었다. “전북권 지역 정치인과 대학생 간담회가 이번에 원광대에서 열려요. 그 때 대학로 지역 특별 단속에 대해 건의할 예정입니다. 또 다음 달에는 고용노동부 본청에서 내려와 일제 단속이 있어요. 그동안 실천단에서 모니터링해온 자료를 바탕으로 고질적으로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은 7개 업체에 대해 단속을 부탁할 예정이에요.”

지난 1년 동안 실천단의 행보에 대해 원광대 학생들은 격려와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단식투쟁 당시엔 그의 건강을 걱정하며 연락해오는 학생들도 있었다. 물론 부정적인 반응이 전혀 없던 것은 아니었다. “단식투쟁과 삭발식이 올해 있을 학생회장 선거를 위해 퍼포먼스를 하는 게 아니냐는 말도 있었어요. 하지만 저는 이후 어떤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겠다고 누차 밝혀왔습니다.”


최저임금법 준수를 외치는 실천단의 활동을 원광대 학생들은 환영했지만, 업주들 입장에서는 탐탁지 않았다. 활동 초기 그는 업주들에게 협박 섞인 항의를 받기도 했다. 상인씨는 “그래도 초반에 비해서 지금은 최저임금에 관한 업주들의 인식이 많이 바뀐 편이에요. 처음에는 실천단 활동을 거들떠도 안 보셨던 분들도 이제는 대체적으로 최저임금을 지켜주는 추세거든요. 물론 아직도 고질적으로 안 지켜지는 곳들도 있지만요.”

마지막으로 아직도 최저임금법을 어기는 대학로 업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부탁하자 수백 번도 더 외쳐왔던 말이라면서 대답했다. “2011년 원광대 수도권 이전설 당시 원광대 없이는 학교 앞 상권이 죽은 거나 마찬가지라며 업주들이 크게 반발했어요. 그런데 법으로 지켜야 할 최저임금은 지키지 않으면서 침묵하고 있죠. 업주들의 생존권은 중요하고, 학생들의 기본 노동 권리는 무시하는 이중잣대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