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셋을 키우고 있는 '딸 부잣집' 엄마 아빠가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를 찾았다. 눈썰미 좋은 장영란과 홍현희는 출연자를 반기며 왠지 낯이 익다고 말했는데, 실제로 그들은 8년 전 KBS2 <안녕하세요>에 출연한 적 있었다. 당시 부부 사이의 과도한 스킨십으로 한바탕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당사자들이었다. 이번에는 무슨 고민이 있어 다시 방송에 출연하게 된 걸까.


출산 중 호흡 정지로 뇌상마비 판정을 받았던 둘째는 부모의 극진한 사랑 덕분에 무럭무럭 자라 어느덧 12살이 됐다. 겉으로 보기에 별다른 문제는 없어보였는데, 단지 체구가 왜소했다. 또래에 비해 굉장히 말라 있었다. 저녁 식사 후 엄마는 금쪽이에게 몸무게를 측정해보자고 제안했다. 금쪽이의 몸무게는 고작 22kg밖에 되지 않았다. (참고로 12세 표준 몸무게는 39.1kg이다.)


다음 날, 금쪽이는 몸이 아프다며 조퇴를 했다. 딸의 전화를 받은 엄마는 속상한 마음에 눈물을 훔쳤다. 평범한 학교 생활조차 힘들어하니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집으로 돌아온 금쪽이는 황급히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구토를 하기 시작했다. 금쪽이는 학교에 도착했을 때부터 구토 증상이 있었다고 얘기했다. 메스꺼움에 물을 마셨지만 그마저도 토해냈다. 생각보다 심각해 보였다.


구토의 계기가 있었을까. 엄마는 처음 구토를 시작한 건 장염 때문이었다며 설명했다. 일주일 동안 입원한 후 퇴원했지만, 금쪽이의 구토 증세는 계속 이어졌다. 한 달 중에 20일 이상 구토를 했고, 다시 병원을 찾았더니 심장에서 근육이 빠지고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오은영 박사는 온몸의 단백질을 쓰다쓰다 결국 심장 근육까지 쓰게 되는데, 심할 경우에는 심장마비가 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기성 구토증에서 가장 먼저 고려할 원인은 심리적인 이유입니다." (오은영)


금쪽이의 증상은 '주기성 구토증'이었다. 주기성 구토증이란 원인을 알 수 없는 반복적인 구토를 특징으로 하는 질환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금쪽이의 스트레스 요인은 무엇일까. 엄마는 마치 직장인들의 '월요병'처럼 금쪽이가 학교를 가는 첫날(월요일)에 구토 증상을 보이기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방학 기간에는 구토를 하지 않는 기간이 길어진다고 덧붙였다.


주기성 구토증은 보통 유아기부터 시작되는 경향이 많다. 아직 모든 것이 미숙한 어린아이들은 당연히 스트레스를 처리하는 능력도 부족하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면 '마음의 힘듦'이 구토 증상으로 발현된다. 오은영은 주기성 구토증은 두통을 동반하는데, 그 경우 빛에 대한 굉장한 혐오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빛에 의해 두통이 더욱 극심해지기 때문이다. 금쪽이도 마찬가지였다.


가족들은 공원으로 나가서 배드민턴을 치기로 했다. 승부와 관계없이 즐거운 가족들과 달리 금쪽이는 에너지가 없어 보였다. 힘이 없기 때문인지 의욕이 없기 때문인지 헛스윙이 잦았다. 잠시 후 금쪽이는 벤치에 웅크려 앉았다.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해 속상했던지 금쪽이는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가족들은 놀이를 멈추고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저녁에는 테이블에 모여 앉아 그림을 그리기로 했다. 제한된 시간을 두고 각자 그림을 완성하기로 했는데, 처음에는 신나 보였던 금쪽이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 자신의 그림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그렸다 지웠다를 반복했다. 결국 금쪽이만 그림을 완성하지 못했다. 오은영은 금쪽이가 '잘해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무엇을 하든 즐기지 못하는 것 같다며 안쓰러워했다.


물론 잘해야 한다는 생각은 성장이 동력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금쪽이의 경우에는 그 기준이 타인과의 비교에 맞춰져 있는 듯했다. 그렇다면 금쪽이는 왜 타인의 기준에 민감할까. 오은영은 금쪽이가 출생의 순간부터 응급 위기를 겪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힘들게 성장한 '아픈 손가락'의 경우 1만큼만 잘해도 엄청난 칭찬을 해주기 마련이다. 금쪽이는 칭찬에 익숙했고, 칭찬이 당연했다.


금쪽이는 '언제나 잘해야 하는 사람'이라는 부담을 안고 있었다.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지만, 이미 '잘하는 사람'이 돼 있었다. 모두의 주목과 관심을 익숙하게 받아 왔고, 그러다 보니 주목을 받지 않으면 불편해 했다. 학교에 가면 여러 또래 중 한 명인데다 적응할 시기도 놓쳐 설 자리가 없다고 느꼈다. 오은영은 금쪽이가 친구가 없을 것 같다고 예상했고, 엄마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지만 과도한 칭찬은 아픈 아이에게 칭찬은 득일까, 독일까." (오은영)


한편, 금쪽이는 불안하면 손톱을 뜯었다. 피가 날 때까지 뜯어 손톱이 거의 남지 않은 상태였다. 보는 사람도 괴로울 수준이었다. 손톱뿐 아니라 발톱도 뜯었다. , 화장실에 자주 가기 번거로워 입에 침을 머금는 습관도 있었다. 침을 머금고 있어 영구치가 모두 썩는 지경에 이르렀다. 엄마는 뱉지 말고 삼키라고 야단쳤고, 금쪽이는 주눅이 들었다. 잠시 후 금쪽이는 구토 증상을 보였다.


걱정되는 마음에 딸을 다그치는 엄마와 "나도 그만하고 싶어"라며 괴로워하는 금쪽이, 두 사람은 고통스러운 나날을 이어가고 있었다. 엄마 입장에서 힘들어 하는 딸을 지켜보는 건 고역이었다. 온갖 방법을 다 써봤지만 차도가 없으니 더욱 답답할 노릇이었다. 힘든 건 금쪽이도 마찬가지였다. 눈물이 떠날 날이 없던 5년 반의 시간이었다. 과연 해법을 찾을 수 있을까.


오은영은 금쪽이가 내적 긴장이 매우 높은 상태인데, 그 이유가 '뇌성마비'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금쪽이는 완치 판정을 받은 상태이지만, 오은영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금쪽이가 다른 사람은 눈치채지 못하지만,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건 특정 기능을 할 때만 느껴지는 불편함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오은영의 말에 부모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자기 기준이 높은 금쪽이는 적당히 해서 부끄러울 바엔 아예 안 해버리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의 발단은 금쪽이만 느끼는 미세한 불편함이었다. 구토 증상은 학교를 가지 않을 명분이 됐다. 오은영은 이런 상황이 더 강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부모에게 너무 먼 미래를 염려하지 말고 오늘 행복하게 지내는데 집중하자고 당부했다. 불안감과 다급함에서 벗어나야 했다.


"내가 아파서 다 잘못한 느낌이야." (금쪽이)


금쪽이의 속마음은 어떤지 궁금했다. 금쪽이는 자신이 아플 때 가족들이 신경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는데, 그 이유는 미안하기 때문이었다. 아프고 싶어서 아픈 게 아닌데, 자신이 아플 때마다 집 안의 분위기가 어두워지니 눈치가 보였던 모양이다. , 같이 힘들어하는 엄마를 보면 슬퍼진다며 눈물을 펑펑 쏟았다. 어린 마음에 얼마나 힘들었을지 짐작이 돼 안쓰러웠다.


금쪽 처방이 필요한 순간이다. 오은영은 정확한 진단이 선행되어야 하며 불편함 점을 받아들이게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경미한 신체 조절의 한계를 인정하면서 불편함을 다루어낼 수 있도록 돕겠다는 뜻이었다. 오은영의 예상대로 금쪽이는 몸의 오른쪽에 미세한 불편함이 남아 있는 상태였다. 오은영은 '잘한다'의 개념을 바꿔주라고 조언했다. 성취나 결과에 집착하지 않도록 말이다.


'구토 잡기 프로젝트'도 시작됐다. 우선, 식단 관리를 통해 구토를 유발하지 않는 반찬을 찾아내야 했다. 맨밥과 백김치를 베이스로 조미료와 염도가 빠진 음식을 추가해 나갔다. , 소근육 강화 훈련을 통해 감각을 발달시켜 나갔고 체력도 키웠다. 가족들은 경상도 사투리 특유의 어투를 부드러운 말투로 바꾸는 노력을 기울였다. 명령형을 제안형으로 바꿔 스트레스 제로 대화법을 익혔다.


금쪽 처방은 효과가 있었다. 금쪽이는 열흘 가까이 구토를 하지 않았다. 몸무게도 2.9kg이나 늘었다. 구토를 하지 않으니 학교 생활도 거뜬했다. 금쪽이의 극적인 변화 뒤에는 가족들의 피나는 노력이 있었다. 금쪽이가 목표 몸무게인 40kg까지 무럭무럭 튼튼히 자라길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