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쫓는 개'로 알려진 삽살개가 KBS2 <개는 훌륭하다>에 최초로 등장했다. 온몸이 긴 털로 덮여 있는 삽살개는 '쫓는다'는 뜻의 순우리말 '' '귀신', '액운'을 뜻하는 한자어 '()'이 더해진 이름이다. 존재가 이름 속에 각인된 셈이다. 흔히 친근하게 '삽사리'라고 부르기도 했다. 무려 2천 년 동안 함께 해 온 토종견으로 주로 한반도 동남부 지역에서 살았다.


80년 전만 해도 삽살개를 흔히 볼 수 있었지만,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군용 모피를 제작을 위해 삽살개를 학살하면서 멸종 위기에 처했다. 1960년대부터 보존 사업이 이뤄졌고, 다행히 개체수가 늘어났다. 1992 '경산이 삽살개'가 천연기념물 제268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현재 삽살개는 독도 경비견, 문화재 지킴이, 동물매개치료 도우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삽살개는 성격이 온순하고 순종적인데, 싸움이 벌어지면 좀처럼 물러서지 않는 강인함도 지녔다. 충남 서산의 한 전원주택에서 삽살개 용맹(암컷, 9개월)과 함께 살고 있는 부부 보호자는 어떤 고민이 있어 사연을 보냈던 걸까. 그들은 귀촌을 준비하면서 강아지 입양을 합의했는데, 원래 개를 무서워했던 아내 보호자가 3개월 된 삽살개를 보고 그 매력에 푹 빠져 입양을 결정한 것이다.



삽살개 재단에 가서 공부도 하고 영상 등을 찾아보며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했지만, 아직은 여러모로 어설픈 초보 보호자들이었다. 용맹이의 문제는 (이름 때문인지) 외부인에 대한 공격성을 보인다는 것이었다. 외부인이 움직이면 공격에 나섰고, 멀찌감치에서 지나가도 돌격 태세를 취했다. 이미 두 차례나 물림사고가 있었다. 두 차례나 방문 훈련을 받기도 했지만 효과가 전혀 없었다.


제작진이 보호복을 착용한 상태로 용맹이의 공격성을 테스트했다. 용맹이는 즉각 경계를 시작했다. 간식으로 상호 작용을 시도했으나 소용없었다. 결국 손가락을 향해 입질을 하고, 이빨을 드러내며 180도 돌변했다. 맹렬하게 짖다가 갑자기 옆에 있던 남편 보호자의 다리에 이빨을 들이대기도 했다. 외부인이 다가오면 입질은 보호자에게 하는 식이었다. 강형욱 훈련사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갈수록 변해가는 용맹이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있을까. 하루는 남편이 집을 비워 아내 보호자 혼자 용맹이를 보살펴야 했다. 개가 무서웠던 터라 방문을 잠그고 20분 후에 문을 열었다. 그쯤되면 용맹이가 잠들었을 거라 생각했는데, 닫힌 문쪽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닌가. 그 순간 아내 보호자는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무서워했던 게 미안해졌기 때문이다. 지켜줘야겠다고 결심했다.


"개라는 것에 대한 환상을 먼저 살짝 건드려 드려야 할 것 같아요. 그러고 난 다음에 용맹이라고 하는 개체의 특이한 점을 알려 주고.." (강형욱)


용맹이는 강형욱이 집 안으로 들어오자 이빨을 드러내며 경계했다. 강형욱은 용맹이의 목줄을 잡고 있는 남편 보호자에게 통제를 할 의사가 있는지 물었다. 그리고 목줄을 잡은 손을 뒤로 당기라고 지시했다. 강형욱은 사람에게 달려들려고 하는데 줄을 느슨하게 잡고, 손을 앞으로 내미는 건 짖으라고 하는 것과 다름 없다고 설명했다. 경계심이 높은 개일수록 보호자의 자세가 중요한 법이다.


강형욱은 용맹이가 화를 참지 못하고 아내 보호자에게 입질을 하는 건 굉장히 위험한 행동이라고 강조하면서 용맹이가 아내 보호자를 리더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 삽살개는 가족 중심으로 사는 개라며 그 상태가 레트리버나 푸들 같은 개와 완전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삽살개의 경우 아무리 친근하게 대해도 가족 외에는 모두 경계해 초보 보호자는 키우기가 어렵다.


강형욱은 이런 기질이 강한 삽살개의 경우 파양이 많이 되는데, 그리되면 회복이 잘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워낙 충성심이 강해서 다른 보호자와 환경에 쉽사리 정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 안타까운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인지 강형욱은 보호자들에게 용맹이를 책임질 마음이 있는지 다시 한번 진지하게 물었다. 그렇다고 대답하는 아내 보호자는 눈물을 쏟았다.


훈련은 '보호자와 거리 만들기'부터 시작됐다. 용맹이는 남편 보호자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과는 관계를 맺으려 하지 않았다. 강형욱의 표현으로 '폐쇄적인 사회성'을 지녔다. 이를 고치려면 보호자가 '나에게서 떨어져'라고 표현해야 한다. 남편 보호자는 용맹이가 따라오면 밀쳐서 둘 사이에 거리를 만들었다. 용맹이는 당황해서 자리에 앉아버렸다. 강형욱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간식을 줬다.


이번에는 남편 보호자가 안방으로 들어갔다. 혼자 남겨진 용맹이의 시선은 강형욱에게 집중됐다. 대치 상태가 시작됐다. 용맹이는 불편함을 드러냈다. 간식을 먹지도 않았고, 으르렁거리기 시작했다. 강형욱이 일어나자 곧바로 자리를 피했다. 거리를 유지하며 다시 경계 태세에 들어갔다. 폭풍전야 같은 긴장감이 펼쳐졌다. 강형욱이 한걸음 다가가자 짖음은 더욱 심해졌다.


일촉즉발의 상황 속에서 거실에는 으르렁소리로 가득찼다. 얼마나 지났을까. 용맹이는 드디어 으르렁 소리를 멈췄고, 이에 강형욱은 존중의 의미에서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용맹이는 더 이상 으르렁대지 않았다. 그러더니 결국 자리에 앉았다. 강형욱과의 상호 작용이 통한 것이다. 여전히 강형욱에게 집중하고 있었지만, 이젠 한결 얌전한 모습이었다. 훨씬 안정적이었다.


용맹이는 겁이 많은데다 사회성도 없었다. 심지어 겁을 표현하는 방법조차 몰라서 경계하고 공격했던 것이다. 강형욱은 남편 보호자에게 1. 애정 줄이기 2. 보디 블로킹(과도한 스킨십 금지) 3. 산책 늘리기를 제안했다. , 단호한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약 강형욱이 자리에서 일어나을 때, 용맹이가 반응을 보이면 곧바로 통제에 나서야 했다.


남편 보호자는 강형욱의 지시대로 용맹이가 반응을 보일 때마다 일어나서 의자 주변을 한바퀴 돌았다. 얼마나 반복 훈련을 했을까. 어느 순간, 용맹이는 강형욱의 움직임에 별다른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의식은 하고 있으나 차분한 상태를 유지했다. 이어서 산책 훈련도 진행됐다. 용맹이는 산책을 나가면 혼자 뛰쳐나가는 습관이 있었다. 해결 방법은 아주 간단했다.


강형욱은 용맹이가 목줄을 당기면 잡아채서 반대쪽으로 걸었다. 몇 번을 반복하니 용맹이는 차분히 걷기 시작했다. 강형욱은 줄의 느슨함과 당기면 통제된다는 사실을 배우면 개들이 줄을 당기지 못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 '구간 반복 산책 훈련'을 통해 안정적인 산책 코스를 찾아 편암함을 느끼게 했다. 잘했을 때는 충분한 칭찬을 해주고, 가끔씩 뛰어주며 용맹이의 활동량을 충족시켜줬다.


이젠 보호자가 서면 자동으로 보호자에게 유턴해 돌아가는 단계에 이르렀다. 보호자들은 꾸준한 훈련을 통해 용맹이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익혀나갔다. 사람 나이로 치면 12살에 불과한 용맹이와 초보 보호자들의 행복한 생활은 이제부터 시작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