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인구는 2021 10월 기준 69만 명이다. 이 중 50만 명이 제주시에 살고, 나머지 19만 명이 서귀포시에 산다.


제주시와 서귀포시는 제주도를 딱 절반으로 잘라서 보면 된다. 그래서 예전에는 북제주와 남제주로 행정구역이 나뉘어 있었다.


서귀포시는 땅의 면적만 보면 제주도의 거의 절반이지만 (서귀포시 47.1 %, 제주시 52.8%) 인구는 20만 명이 채 되지 않는다.


제주도에 69만 명이 사는데 그중의 3분의 2 50만 명이 제주시에 몰려 사는 기형적인 구조인 셈이다.


제주 사람들이 서귀포시가 아닌 제주시에 몰려 사는 이유는 모든 인프라가 제주시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병원, 학교, 대형 마트, 법원 등 생활 편의 시설은 물론 기업 대부분이 제주시에 있다.


서귀포 시민들은 대학병원을 이용하려면 1시간 넘게 운전해서 제주대학교 병원으로 와야 한다. 소아과나 산부인과도 사정은 비슷하다.


제주에서 명문 고등학교라 불리는 오현고, 대기고, 제주일고도 모두 제주시에 있다. 서귀포에서 공부 좀 한다는 학생들은 제주시에 집을 얻어 학교를 다닌다.


각종 모임이나 행사도 제주시에서 열린다. 모임에 참석하려면 서귀포 시민들은 1시간을 운전해 한라산을 넘어와야 한다. 저녁 모임이라도 술 한 잔도 마시지 못하고 늦은 시간 위험한 5.16도로를 타고 집에 와야 한다.


서귀포에 사는 사람들은 진짜 큰 행사나 중요한 모임이 아니면 거의 제주시로 오지 않는다. 가뜩이나 좁은 섬인데 서귀포시에 살면 더 갇혀서 사는 느낌이 든다는 사람도 많다.


서귀포의 자연과 날씨가 좋아 살다가도 이런 불편함 때문에 몇 년 안에 다시 제주시로 나오는 사람들도 부지기수이다.


제주 제2공항 건설 계획이 나오자 서귀포 주민들은 환영했다. 서귀포시에 공항이 건설되면 인프라도 생기고 지금보다 훨씬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다. 그런데 성산이라는 엉뚱한 곳이 예정지로 발표되자 이건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제2공항 건설 계획이 불투명해지자 서귀포시 주민들은 이러다가 서귀포시가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마저 들기 시작했다.


실제로 지난 11 17일 제주도의회 김용범 의원 (서귀포시 정방·중앙·천지동)은 도정질문에서 "2020년 서귀포시 인구소멸 위험 수준이 10년 전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며 균형발전 정책을 촉구했다.


하지만 구만섭 도지사권한대행이 내놓은 답변은 "지금까지 신화역사공원, 영어교육도시, 헬스케어타운 조성 등 대규모 사업을 통해 산남북 균형발전을 위해 노력했지만, 보강할 부분이 많다는 지적에 공감한다"는 말뿐이었다.


제주도의 인구는 자생적으로 늘어나지 못하고 반드시 외부 유입이 있어야 한다. 제주 인구가 70만 명 가까이 늘은 것은 육지에서 이주민들이 대거 유입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주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이주민 4명 중 1명은 "제주를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사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중 서귀포시 지역 이주민이 42%로 가장 높았다.


'제주 정착 주민 기본계획(2022~2055) 수립 연구용역' 최종 보고서를 보면 제주 이주민들이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취업 또는 저임금의 경제적 이유였다.


서귀포시에 신화공원과 같은 카지노를 만들고 영어 교육 도시를 조성해서 만든 결과는 땅값 상승 외에는 없다. 취업할 기업도 없고 마땅히 다닐 수 있는 직장이 없는 상황에서 집값까지 비싸니 도저히 살지 못하고 떠나는 것이다.


사람들이 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사람이 온다. 서귀포에 공공주택을 건설하고 기업 유치나 이전 등을 통해 주거와 경제적인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제주도라는 섬에서 절반만 사람들이 몰려 살다는 것은 누가 봐도 이상하다. 차기 도지사가 누가 됐든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하고 장기 계획을 세워야 할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