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개는 훌륭하다


2000년대 초반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았던 견종, 요크셔 테리어(Yorkshire Terrier)가 처음으로 KBS2 <개는 훌륭하다>를 찾았다. 요크셔 테리어는 영국 북부의 요크셔 지역 출신인데, 공장과 탄광이 많던 그곳의 큰 골칫거리였던 쥐를 사냥하기 위해 만들어진 견종이다. 스코틀랜드 출신 이민자들이 고향에서 데려온 여러 종의 소형 테리어들을 개량해 지금의 요크셔 테리어가 탄생했다.


요크셔 테리어는 비록 체구는 작지만 두려움이 없다. , 자존심과 독립십이 강한 편이다. 사냥개의 DNA가 있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훈련이 필수적이다. 이번 주 고민견 겨울(수컷, 4)도 그 DNA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듯했다. 낯선 사람을 보면 워낙 심하게 짖어대는 통에 제작진이 촬영 장비를 설치하는 동안 남편 보호자가 겨울이를 데리고 아예 밖으로 나가 있어야 할 정도였다.


부부 보호자의 직업은 성악가였다. 그래서 일까. 겨울이는 다른 장르의 노래에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는데 유독 성악에만 반응했다. 한편, 아내 보호자는 겨울이에게 하루종일 집중하며 애지중지했다. 한마디로 '과잉 애정'이었다. 남편 보호자는 아내 보호자가 애정을 좀 줄였으면 좋겠다며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문제가 무엇인지 대충 감이 잡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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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롭던 집의 분위기가 갑자기 싸늘해졌다. 남편 보호자가 겨울이와 ''이 마주쳤기 때문이다. 겨울이는 누군가와 눈이 마주치면 짖어댔다. , 조용히 있다가도 누군가 움직이면 흥분 상태가 됐다. 그럴 때는 시각을 차단해야 겨우 상황이 마무리됐다. 겨울이는 산책을 싫어했는데, 산책을 나가자는 말만 들려도 으르렁대고 도망을 갔다. 겨울이의 예민한 짖음은 대체 왜 시작된 걸까.


보호자들은 독일 드레스덴에서 유학하던 시절에는 산책을 할 시간이 많았다고 했다. 겨울이는 반려견에게 최적의 환경에서 행복하게 지냈고, 외부인 속에 섞여도 아무 문제를 보이지 않았다. 아내 보호자는 장거리 비행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아 성격이 변한 것 같다고 추측했지만, 이경규는 한국의 도심 환경 때문에 변했을 거라 예측했다. 강형욱 훈련사 역시 큰 관계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경규와 장도연이 먼저 투입해 겨울이의 상태를 살폈다. 겨울이는 아내 보호자가 눈앞에서 사라지자 불안해 했다. 간심을 줘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목줄을 놓아도 공격성을 보이지 않았다. 다만, 보호자가 다시 목줄을 잡자 공격성을 띠었다. 누가 목줄을 잡고 있느냐에 따라 짖음의 강도도 달랐다. 아내 보호자가 목줄을 잡고 있을 때 더 강하게 짖고 예민하게 반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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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관점에서 보면 반려견의 성장을 방해하는 일종의 학대라고도 해요." (강형욱)


상황 파악이 끝난 강형욱은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하기 위해 보호자와 면담을 진행했다. 아내 보호자는 겨울이가 이런 성격으로 큰 게 자신 때문인 것 같다며 눈물을 왈칵 쏟았다. 단지 사랑스럽다는 이유로 모든 걸 챙겨줬던 게 겨울이가 안하무인으로 자라게 된 원인이라는 걸 깨달았을까. 강형욱은 눈물을 흘리는 아내 보호자를 다독이는 한편 뼈아픈 충고를 건넸다.


아내 보호자가 겨울이를 대하는 태도는 단순한 조력을 넘어 반려견이 모든 것을 통제하는 수준이었다. 그런 행동이 반복되면 반려견은 성장할 기회를 잃게 된다. 스스로 자립하지 못하고, 자신의 문제를 혼자 해결하지 못하게 된다. 지금껏 아내 보호자는 '나에게 의지하는 것이 너의 행복'이라는 메시지를 계속해서 주입하고 있었던 것이다. 강형욱은 이 또한 '학대'라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강형욱의 설명은 앤절린 밀러의 <나는 내가 좋은 엄마인 줄 알았습니다>라는 책 속에 등장하는 '인에이블러(enabler)'라는 개념을 떠올리게 한다. 조장자란 뜻의 인에이블러는 본인은 누군가를 도와주고 있다고 여기지만, 실제로는 자신에게 완전히 의존하게 함으로써 의존자가 주도적으로 살아가거나 자율적으로 성장할 기회들을 박탈하는 유형의 사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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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반려견에게 과잉 애정을 쏟아붇는 많은 보호자들이 스스로 '인에이블러'의 역할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강형욱의 지적을 받은 아내 보호자는 자신의 사랑이 학대였다는 사실을 깨닫고 다시 눈물을 쏟았다. 강형욱은 겨울이가 사회성이 결여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대화를 원하지 않고 짜증이라는 단순한 반응만으로 원하는 걸 모두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강형욱은 아내 보호자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독일에서도 아내 보호자처럼 강아지에게 '우쭈쭈'하는 사람을 본 적 있냐는 물음이었다. 보호자들은 고개를 저으며 머쓱한 웃음을 지었다. 강형욱은 상황실에서 영상을 지켜보면서 '3일이면 해결된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물론 그 3일은 오롯이 보호자가 견뎌야 하는 시간이었다. 다시 말해 보호자가 바뀌어야 했다.

강형욱은 과한 애정을 금지했다. 첫 시작은 거절 훈련이었다. 겨울이는 예상치 못한 보호자이 반응에 눈을 끔뻑끔뻑하며 당황해 했다. 아내 보호자는 훈련 중 겨울이를 밀치다가 혼자 놀라서 "미안해!"라고 사과했는데, 강형욱은 그 역시 과잉이라고 지적했다. 강형욱은 좋은 보호자가 되고 싶냐고 거듭해서 물었다. 좋은 보호자가 되려면 단호하고 강단있는 태도를 취해야 했다.


다음은 산책 훈련이 이어졌다. 복도에서부터 불안해 하는 겨울이를 잘 다독이며 훈련을 이어나갔다. 강형욱은 안아주거나 과한 반응을 보이기보다 차분히 다독이면 된다고 덧붙였다. 엘리베이터에 탑습하기 전, 겨울이를 앉혀 돌발 상황에 대비했다. 강형욱은 겨울이가 굉장히 불안해 한다는 걸 눈치챘는데, 그 이유는 보호자가 행복해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보호자는 이전의 전쟁 같던 산책에 대한 기억 때문에 초긴장 상태였기 때문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겨울이도 그걸 느끼고 있었다. 우선, 보호자의 마음이 안정될 필요가 있었다. 강형욱은 엘리베이터를 탈 때 이전처럼 겨울이를 안고 있지 말라고 조언했다. 실제로 안고 탔을 때와 달리 겨울이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어도 차분한 상태를 유지했다. 더 이상 낯선 사람을 보고 짖지 않았다.


짧은 시간 만에 겨울이는 확 달라졌다. 어쩌면 달라진 건 아내 보호자인지도 모르겠다. 강형욱은 지켜야 할 몇 가지를 당부했다. 반복해서 말하지 않기, 안아 주기 금지, 무릎 허용하기 금지, 터치하지 않기, 제한 급식으로 바꾸기 등이었다. 과연 앞으로 겨울이는 예전의 예민함을 벗어던지고, 독일에처럼 평온한 일상을 살아갈 수 있을까. 그 결과는 어김없이 보호자에게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