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의 수석 저자 Eddie Chang은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신경외과 의사다. BARBARA RIES


말하는 능력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사람들의 생각을 화면에 표현하는 기기에 관한 연구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샌프란시스코 캠퍼스의 연구진은 사람의 뇌에 전극을 부착해 뇌 신호를 컴퓨터 화면에 표현하는 실험에 성공했다고 밝혔습니다.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발표한 이번 연구가 성공하면서 사람들의 생각을 말로 바꿔주는 기술에 한 걸음 다가섰습니다. 사고나 질병으로 말하는 능력을 상실한 수천 명의 사람에게 희망을 주는 성과입니다.


그러나 음성 신경보정술(speech neuroprosthesis)이라고 부르는 이 기술은 아직 완벽하지 않습니다. 뇌에서 나오는 약한 전기 신호를 타이핑, 커서, 음성 등 물리적 신호로 변환하는 기술이 여전히 걸음마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이 기술은 최근 일론 머스크(Elon Musk)의 뉴럴링크(Neuralink Corp.), 커널(Kernel), 페이스북(Facebook)을 포함한 많은 테크 기업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페이스북의 후원을 받아 진행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은 블로그를 통해 사람의 생각을 읽어 타자하는 웨어러블 기기를 개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시도가 성공하면 전극을 뇌에 삽입하거나 부착하지 않고, 모자를 쓰거나 옷을 입는 것만으로 우리 생각을 화면에 표현할 수 있습니다.


캘리포니아대 연구진은 15년 전 심한 뇌졸중을 앓고 말을 할 수 없게 된 30대 남성에게 연구를 제안했습니다. 연구진은 이 남성의 뇌 표면에 작은 사각형 전극을 부착했습니다. 전극에서 받은 신호는 모자에 달린 포인터를 거쳐 자판에 입력됩니다.


연구진은 81주 동안 50차례의 세션을 진행했습니다. 이 남성은 화면에 표시되는 단어를 큰 소리로 말하는 상상을 했고, 컴퓨터는 참가자의 두뇌 활동을 기록했습니다. 이를 통해 남성이 말하려는 단어의 47%를 정확하게 식별할 수 있었습니다.


이메일과 워드 프로세서의 단어 자동 교정 기능과 비슷한 알고리듬을 활용하면 정확도가 76%까지 상승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초등학생 수준 어휘 수천 개 중 50개를 뽑아 진행했습니다.



캘리포니아대의 에디 창(Eddie Chang) 박사는 이번 연구의 성과를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우리는 마비되어 말을 할 수 없게 된 환자의 두뇌 활동에서 완전한 단어를 직접 해독하는 데 최초로 성공했습니다. 인간 뇌의 자연어 처리 과정을 활용해 말을 못 하는 환자들의 의사소통 능력을 회복하는 목표에 한 걸음 다가선 것이죠.”


워싱턴대학 생명공학과 교수인 에이미 오스본(Amy Osborn)은 이번 연구의 의미를 이렇게 강조했습니다.


“말하는 능력을 잃어버리고 몇 년이 지난 후에도 두뇌의 언어 기능이 여전히 작동할 뿐만 아니라, 두뇌 활동을 통해 단순한 철자가 아닌 완전한 단어를 해독할 수 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언젠가는 이런 기기들이 말을 못 하는 사람들의 의사소통을 훨씬 더 쉽게 만들 것입니다.”


그러나 오스본 교수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낮은 정확성, 제한된 어휘, 시스템 훈련에 드는 많은 시간 등 이 기술이 실제 사용되기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고 평가했습니다.


기존에 발표된 다른 연구들은 두뇌 신호를 컴퓨터 텍스트로 전환하는 것에 성공했지만, 대부분 완전한 단어가 아니라 개별 철자로 바꾸는 것에 그쳤습니다. 에디 창 박사와 그의 연구팀은 과거의 연구에서 이미 두뇌 신호를 단어로 해독하는 성과를 보여줬습니다. 말을 할 수 있는 실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컴퓨터가 실험 대상자의 뇌파와 특정 단어를 연결하도록 훈련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스탠퍼드대학 연구팀이 비슷한 성과를 거뒀다고 발표한 지 두 달 만에 발표됐습니다. 스탠퍼드 연구팀은 손이 마비된 남성이 94%의 정확도로 분당 90단어를 타자할 수 있는 유사한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단어 예측 알고리듬을 활용했을 때는 정확도가 99%까지 높아졌습니다.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캘리포니아대의 연구와 달리 전극을 뇌의 표면이 아니라 뇌 속에 삽입했습니다. 이 연구에 관한 논문은 지난 5월 네이처에 실렸습니다.


캘리포니아대학 연구진은 피험자의 신원을 보호하기 위해 실험에 참여한 남성이나 그의 가족에 관한 코멘트를 일절 삼갔습니다. 그리고 이번 연구에서 사용한 기기는 실험용 기기이므로 피험자가 일상에서 사용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 남성은 연구에 계속 참여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 목표는 사용 가능한 단어의 숫자를 늘리는 것입니다. 그는 이번 연구에 즐겁게 참여하고 있으며,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의 공동 저자인 캘리포니아대학의 데이비드 모세스 박사(David Moses)는 컴퓨터가 자신의 말을 정확히 보여주면 이 남성은 기뻐서 펄쩍 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매우 만족할 뿐만 아니라 이번 연구를 즐기고 있습니다. 자신만의 특별한 방법으로 기여하고 있죠.”


(월스트리트저널, Rolfe Winkl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