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은 WHO가 지정한 2급 발암물질이다. 야근을 없애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무엇일까? 그 회사의 보스가 야근하는 직원을 싫어한다고 소문을 내는 것이다. 일단 이런 소문이 나면 야근을 제한하는 아무런 규정이 없어도 자연스레 야근자는 사라진다. 반대의 경우라면 어떨까?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연합뉴스



12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신속한 2차 재난지원금 지급에 감격하며 고생한 직원들을 찬사했다.


"송ㅇㅇ 사무관이 실무를 담당했는데 지난 한 달 동안 초과근무만170시간을 했다. 초과근무 수당이 57시간까지밖에 지급이 되지 않는데 애를 많이 써주셨다.”


"우리 이ㅇㅇ 과장은 마스크를 '고흐의 별 헤는 밤'을 하고 다닐 정도로 밤을 꼬박꼬박 새면서 이 데이터베이스 정리하시느라고 애를 많이 쓰셨다.”


얼마 전 개표 도중 퇴근해버린 미국의 스웩 넘치는 공무원들이 떠올랐다. 그들은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박영선 같은 상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과로를 한 직원을 치켜세우는 몰지각한 장관이 없었기 때문이다.


직원의 과로를 확인했을 때 상사가 해야 할 일은 직원을 나무라고 시스템을 개선하는 일이다. 박 장관은 정확히 반대의 일을 했다. 직원을 칭찬하고 시스템을 묵인했다. 박 장관의 말만 들으면 대한민국 중기부는 근로기준법도 적용되지 않는 무법지대인 것 같다. 수당도 못받은 초과근무를, 연일 이어진 밤샘근무를 미담으로 소개하는 장관은 어느나라 장관일까.


과로를 칭찬하는 상사는 1급 발암물질이다. 한달 170시간 초과근무자에게 감격하는 상사를 본 누군가는 180시간을 욕심 내겠지. 또 그걸 본 누군가는 190시간을 욕심 낼 거다. 과로가 미덕인 조직에서 칼퇴는 죄악이 된다. 그러다 누군가 죽으면 장관님은 그저 안타깝다 말씀하시겠지.


한달에 170시간이면 주말 포함 하루 6시간이다. 아침에 출근해 매일 11시가 넘어 끝나는 노예의 삶이다. 노예의 자세가 미덕인 조직에서 유연하고 창의적인 정책을 기대할 수 없다. 직원들은 늘 야근에 찌들어 초췌한데 아웃풋은 끔찍한 조직을 종종 본다. 그런 곳에는 항상 박영선 같은 보스가 있다.


박 장관은 최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적용대상에서 5인미만 사업장이 제외된 것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김용균 어머님 마음을 헤아리면 가슴이 아프지만, 중기부 입장에서는 소상공인들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


직원의 과로에 대한 감격과, 김용균의 죽음에 대한 안타까움. 이것들에서 박영선 장관의 일관된 스타일이 확인된다. 골치 아픈 시스템의 문제에 눈감는 대신 개인의 희생을 기린다. 박정희 시대에나 어울릴 법한 보스의 자질이다. 박 장관의 장래희망은 서울시장이다. 직원들 과로했다고 동네방네 자랑하는 장관님에게 천만 도시를 맡겨도 되는 것일까?


by 정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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