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주거안정이란 무엇일까?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에서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아젠다는 바로주거안정이다. 그렇다면 주거안정의 정의란 대체 무엇인지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주거안정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주거의 안정은 얼핏 생각하면 그저 별 걱정 없이 적당한 규모의 주택에서 최대한 오래 거주하는 것이라 생각될 수 있으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주택의 수요는 그 유형별로 생애주기에 따라 수요가 모두 다르고, 그 수요에 따라 사람들은 끊임없이 이동을 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결국 주거의 안정이라는 것은, 각 개별 경제 주체가 각자의 경제적 목표와 생애주기별 수요에 따라 과도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도 주거목표를 달성하는 것에서 온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시장에서 최대한 매매/전월세를 가리지 않고 많은 거래가 이루어져야 하고, 또한 신축부터 구축까지 최대한 다양한 종류의 주택공급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 둘 중 하나만 이뤄지지 않아도 주거는 불안정해진다.


지금까지 정부에게 있어 주거 불안정의 제1요소는 서울, 특히 강남 3구 아파트 매매가의 상승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여기서 질문을 해 보자. 강남 집값이 오르면 주거가 무조건 불안정해질까?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연합뉴스


답은그럴 수도 있다이다. 강남이 지나치게 오르면 강남 접근성이 좋은 그 주변이 따라서 갭을 메울 것이고, 그들마저도 지나치게 오르면 또 그 주변이 갭을 메우려 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대출을 억세게 옥죈 결과가 사실상 시장을 그저 내버려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물론 2020 2분기를 넘어가면서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다소 진정세를 보이는 양상이기는 하다. 그렇다면 서울 매매가가 이제 오르지 않으니 주거 안정이 달성되었을까. 잘 모르겠다. 그 대신 전세 물량이 씨가 말랐기 때문이다.


주담대 및 LTV를 강력하게 제한하면서 사람들은 신용대출과 갭투자로 눈을 돌렸다. 그러면 정부에서는 전세대출과 신용대출을 틀어쥔다. 그러니 갭투자도 할 수 없게 됐으며, 줄어든 갭투자자의 수만큼 전세 물량도 감소한다. 갭투자는 무조건 전세 세입자 1가구가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문제점은 자꾸 여기저기를 차단하다 보니 결국 주거 수요자들의 퇴로를 모두 막아버렸다는 점이다. 아파트 전세가 씨가 마르면 그 다음은 다세대, 빌라 가격이 상승하며 끝없이 퇴로가 막힌다. 이것이 2017년 이후의 냉정한 시장 흐름이다.


물론 정부가 보기에는 주거가 안정됐다고 보일 수 있겠다. 기존 전세 세입자의 거주 연한이 4년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임대차 3법은 결국 기존 전세 거주자들에게 2~4년 간의 시한부 경제적 지대를 마련했을 뿐 신규 전세 수요자를 빈손으로 만들고 있다.


전세 소멸은 이제 정해진 수순이고, 그렇다면 이제 유일하게 남은 것은 월세다. 월세는 곧 물량이 넘쳐 흐르겠지만, 자가와 전세와 월세 중 가장 불안정한 주거 형태가 무엇일지는 대한민국의 그 누구를 붙잡고 물어도 답이 같을 것이다.


더욱 큰 문제는 이제 계약갱신청구권 1회라는 치트키를 이미 사용한 기존 전세 세입자들의 미래는 어떻게 되느냐이다. 2~3년은 금방 흐르는 시간이다. 과연 그 이후 서울의 월세 시세가 조용할까. 잘 모르겠다. 그 점이 두려운 지점이다.


사실 서울 집값의 상승은 그 원인이 여러 가지이기 때문에 정부의 대출 규제만을 탓할 수는 없다. 서울시의 시대착오적인 도시재생 프로젝트와 기존 주택 보유자의 지대만을 강화할 뿐인 목적 없는 공원화 프로젝트, 구시대적 용적률 규제와 재건축 불허로 인한 토지의 비효율적 사용 등이 모두 문제다.


하지만 결국 중앙정부에서 이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었느냐가 더 중요하다. 지금까지의 결과로 보면 하나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집 팔 기회 드리겠다며 호기롭게 외치던 사회수석은 본인 집 시세차익만 올리며 머쓱하게 잠수를 탔고, 기획재정부 장관은 세입자의 계약갱신 청구권 발동으로 주택 처분조차 못 하고 있다.


여기에 일부 청와대 참모진의 다주택 보유 논란으로 인한 정책 선의 훼손은 덤이었다. 물론 공직자의 솔선수범은 전근대적 개념이나, 최소한 정책을 짜는 자라면 정책의 방향과 그 선의가 개인으로 인해 훼손되지 않아야 한다. 솔직히 놀라웠다. 이 문제에 대해 무감했었다는 사실 말이다.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되돌아가 보자. 그래서 이제 서울 집값이 오르지 않으니, 주거는 안정화됐는가? 안타깝지만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여전히 서울에 작은 아파트 한 채 마련하기에는 대다수가 불가능하고, 눈을 돌려 전세를 바라보니 물량이 없다.


이런 상황을 주거안정이라고 할 수는 없다. 집값이 내려가는 것이 주거안정이라면 대한민국 경제가 망하는 것이 주거안정의 전제조건이 돼야 할 지도 모르는데 애시당초 정책 목표가 이것이었다는 점이 문제라는 뜻이다.


가장 두려운 것은 2024-5년쯤의 일이다. 물론 아파트 시세라는 것이 어떻게 변화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모든 시장의 상황들이 갈수록 주거안정의 달성이 어려워지고 있음을 가리키고 있다. 그 때쯤 되면 대통령도 정부도 국회도 다 달라져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이를 책임지고 수정할 것인가.